잃어버린 시간을
잘못하지 않은 일로 흠씬 혼이 나고
그의 기분을
나의 잘못으로 설명하려 했던 시간을
서른 명이서 하는 실뜨기같이
숨 막히게 연결된
하지 않은 말들과 적히지 않은 규칙들의 끈을 놓쳐버리고
진짜 여자애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가짜 남자애가 되려고 했던 시간을
늦은 오후와 이른 저녁 사이
불 끈 방 안에서 소리 죽여 울었던 시간을
모두가 말을 멈추는 몇 초 간의 정적의 시간을
기억한다
잃어버린 아동기를 기억한다
기억하려고 애쓴다
어떤 길을 걸어와 지금을 사는지
드문드문 끊긴 길을 되짚어 보려고 한다
어느 길에서 잘못 들어선 건지
애초에 갈림길이란 건 없었던 거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