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올챙이에서 반려 개구리가 된 녀석들은 지난 밤까지만 해도 잘 있었다. 아니, 잘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한 달 하고도 20여 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 고백하건대, 제일 먼저 개구리로 변한 녀석은 애진작에 저세상으로 갔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 어느 날 밤, 본능이 이끈 것인지 허술한 집 틈 사이를 빠져나갔나 보다.다음날 아침 개구리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챈 큰아이가 울며불며 난리가 났었다. 온 가족이 거실 구석구석을 다 뒤져봤지만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주, 청소를 하다가 컴퓨터 책상 틈사이에서 발견됐다....)
그리하여 남은 녀석은 두 마리. 어엿한 이름도 생겼다.코카&콜라.
더 이상 죽는 개구리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상실감에 대한 안타까움. 그런 마음은 그들을 자연으로 되돌려 줄 생각은 않고, 점점 변질되어 갔다. 뒷다리가 생기면 풀어주겠노라 했던 처음의 약속은 무의미해진 지 오래였다.
아이가 만든 문패
그리고 어제 아침.
눈 뜨면 제일 먼저 개구리 안부부터 살피는 내 눈에, 또 한 마리의 희생양이 보였다.
올챙이 시절부터 제일 작았던 녀석. 뒷다리 앞다리도 제일 늦게 나오고 이제야 제법 개구리 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는데.... 쭉 뻗은 다리가 이미 뻗뻗하게 굳어있었다.
얼마전에첫째 아이가 학원 가기 전, 개구리 집을 한참 들여다봤었다. 아이가 나간 뒤, 가 본 개구리 집 위에는 꾹꾹 눌러 적은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새 지우개 위에 고이 적은 삐뚤한 마음.
"이건 묘비석이야? 문패야?"
우스갯소리로 했던 혼잣말이 머리를 스쳤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입이 방정이라고, 콜라가 죽고 나니 아무렇게나 내뱉었던 말이 후회됐다. 아무도 듣지 못해서 다행이었고, 개구리에겐 미안했다.
이제 코카만 남았다. 큰 아이는 더 잘 키워보겠다며 하교 후에 작은 여치와 방아깨비 등을 잡아오고 있다. 하루에도 수시로 몇 번씩 들여다본다. 둘째는 한 마리라도 살려주자며, 이제라도 코카에게 자유를 주자고 한다. 누가 봐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고집 센 첫째는 완강하다.
지난 주 주문해서 받은 밀웜이 너무 작아 기르고 있다. 올챙이가 아삭거리며 맛있게 먹던 배추를 이제 밀웜이 먹고 있다.
아! 인간의 이기심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결국은 마지막 남은 한 마리마저 죽어야 끝나는 것일까?
개구리의 죽음 앞에서 이기심에 대해 논하는 나는 왜, 완강하게 그를 막지 못하는지.... 그것 또한 나의 이기심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