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는 학원 다니니까 게임할 수 있는 거야
설명하기 귀찮아서 둘러댄 말은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근처에서 놀고 있던 아이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는 아주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엄마! OO 이는 학원 두 개 다니는데, 게임은 학원이랑 상관없이 그냥 하는 거래요!"
조용한 집에서 그 친구의 엄마와 단둘이 티타임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통화 내용이 다 들렸다. 두서없이 내뱉은 아이의 말에서는 내가 언젠가 그 친구가 게임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판단을 했음이 녹아 있었고, 친구 엄마 앞에서 설명할 수 없는 민망함을 느꼈다.
평소에 게임을 일절 시켜주지 않는 나로서는, 아이가 게임하는 친구에 대한 부러움을 이야기할 때 "걔는 학원 다니니까 게임할 수 있는 거야"라고 했다. 게임을 아직 못하게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는 대신에, 그럴싸한 핑계 한 마디로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학원과 게임은 아무 상관이 없다. 단지 아직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의 '학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이용하여 은근슬쩍 가볍게 넘기려는 꾀를 낸 것이다.
그렇게 친구엄마와의 민망한 시간이 지나가고, 딸은 그 후로도 여러 차례 게임 이야기를 꺼냈다. 딸의 의도는 '왜 게임을 하면 안 되는지 납득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학원을 다니든 안 다니든 '그냥' 게임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은 이런 핑계가 통하지 않으니 왜 안되는지 설명을 제대로 하거나 게임을 그냥 하게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어떻게 설명할까 잠깐 고민하다, 그냥 '우리 집은 아직 게임 금지야'라고 못 박아 뒀다. 아이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고,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왜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인지 나조차도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혼란스러웠다. 결국은 설명하기 귀찮아서 둘러댄 말은 나에게 돌아와 다시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찾아봐야 했다.
나는 왜 아이가 게임하는 것을 막으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