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힘들어요? 조용히 있을게요
어느새 눈치를 보고 있는 아이
식사 중이었다.
딸은 할 말이 어찌나 많은지 쫑알쫑알 쉬지 않고 떠들어 댔다. 떠들기만 하고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밥은 또 1등으로 깨끗이 비운다.
나무랄 데는 없지만 괜히 힘들었다. 나도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쏟아지는 이야기에 대답을 하려니 삼키는 타이밍과 잘 안 맞는 게 짜증 났다.
그게 티가 났는지 딸이 "엄마, 힘들어요?"라고 물었다.
"응"이라고 해버렸다. 평소 같으면 힘들지 않은 척하며 "아니? 잠이 좀 와서" 이런 말들을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너 때문에 힘들다'는 맥락의 대답을 해버렸다.
딸은 "네, 그럼 조용히 먹을게요."라고 말하고 진짜로 조용하게 먹었다. 식사 후에는 정리를 야무지게 돕기도 했다.
엄마랑 이야기하는 시간이 재미있고 즐거워서 조잘댔는데, 엄마가 그걸 힘겨워하다니. 그때 딸의 마음은 어땠을까?
딸의 표정을 살피니 주눅이 든 것 같지도 않고, 기분이 나빠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 그런 티를 내면 엄마가 더 힘들어할까 봐 씩씩해 보이려 그런 것 같다.
지겹도록 눈치를 살피며 자란 탓에 딸은 그렇게 키우지 않으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치 보는 아이로 키우고 있다.
식사 중 아이의 말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많다. 밥 먹을 때 말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세운다거나, 조절을 하라고 직접적으로 말을 하거나. 나는 감정'만' 드러내는 침묵을 택했기 때문에 딸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편하게 이야기하도록 내버려 두고 싶었다. 감정을 상하게 하기는 싫었다. 그러면서 힘들어했다. 이건 진정 딸을 위한 행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