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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집순이 Jan 14. 2024

초3 엄마가 상상하는 사춘기의 모습

사춘기를 겪는 시기에 이 글을 다시 보면 재밌겠다

사춘기를 이미 겪은 고학년 엄마들은 하나같이 상상 이상이라고들 한다. 도대체 그 세계가 어떻길래 그렇게들 어려움을 느낄까? 물론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오겠지만, 스스로가 사춘기인 것과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사춘기 자녀를 겪는 부모의 입장은 아직 안되어봤기에 그 세계가 많이 궁금하고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다. 사춘기는 가까운 미래이지만 실제로 어떨지 거의 상상이 안되고 막연하게 여기저기서 들은 대로겠지 정도로 예상 중이다. 그래서 한번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기로 했다.




쌍둥이가 공통적으로는 이렇게 변할 것 같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요구되는 학업 난이도와 경쟁의식 때문에 힘들어할 것 같다.

엄마는 자기 마음을 다 모른다며 입을 꾹 닫을 것 같다.

친구들에게 모든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그들에게 애착을 느낄 것 같다.

때로는 교우관계 문제가 생길 것 같다.

마음 맞는 친구를 찾지 못해 괴로워할 것 같다.

쌍둥이 내부적으로 마찰이 있을 것 같다.

방글방글 웃으며 까르륵거리는 장면을 보기 힘들 것 같다.

사랑한다며 뽀뽀한다는 장면이 사라질 것 같다.

사랑한다는 마음을 서툴게 표현할 것 같다.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거둘 것 같은 게 제일 두렵다.

아무 노력도 안 해도 무한 제공되던 사랑 표현을 어느 순간부터 못 받는다고 생각하니 벌써 너무 슬프다.


쌍둥이 중 적인 아이는 예상이 잘 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본 바로는 나와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내가 클 때 하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혼자 베개에 눈물을 흠뻑 적시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속마음을 일절 내보여주지 않을 것 같다.

말로 표현하지 않고 속앓이만 하느라 점점 마음이 상처 투성이가 될 것 같다.

학업과 교우관계가 많이 버거울 것 같다.

부모에게 말해봤자 공감은커녕 눈곱만큼도 필요 없는 '해결책'만 제시하는 그들이 싫어질 것 같다.

부모에게 정이 떨어지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낄 것 같다.

다소 우울해질 것 같다.


외향적인 아이는 전혀 상상이 안 된다. 남편의 성격과 꽤 닮은 걸 보면, 그리고 그의 졸업사진에서 뚫고 나오는 그의 반항 어린 눈빛이 생생한 걸 보면 벌써부터 무섭다.

친구를 따르기보다는 주장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잘한 마찰이 생겨 고민할 것 같다.

눈물이 없는 대신에 남 탓을 강하게 할 것 같다.

통제욕과 소유욕이 더 강해질 것 같다.

눈치가 생겨 지금보다는 지적을 덜할 것 같지만, 교묘하게 지적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 같다.

아빠와 마찰이 심해질 것 같다.

우유부단한 엄마의 태도가 못마땅할 것 같다.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해 몰래 하다가 들켜서 혼나는 일이 생길 것 같다.




쓰고 보니 온통 부정적이고 두려운 감정이다. 나는 사춘기를 안 좋게 보고 있구나. 사춘기의 좋은 점은 뭘까? 다음에는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를 만나면 "어떤 게 제일 힘들어요?"라는 질문 대신 "사춘기라서 좋은 점은 뭐예요?"라고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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