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난이도가 생겨 버렸다

아직은 글쓰기 기술을 배울 때가 아닌 것 같다, 일단 그냥 쓰자

브런치스토리 시작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작심삼일은 면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다음 한 달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쓰기가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몰랐는데, 지금은 한풀 꺾였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하는 일이 점점 늘었다. 특히 길게 늘여 쓰는 재주가 궁금해졌고, 글쓰기 기술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그런데 글쓰기 기술을 알려주는 정보를 접하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마음이 내는 소리를 술술 써 내려갔는데, 지금은 벽이 하나 내려와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글쓰기를 취미로 택한 이유는 시간 대비 만족감이 커서였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본업에 지장이 간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다. 글쓰기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 영상을 편집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타이핑만 해도 아웃풋이 나오는 게 재미있어서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글 쓰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고, 그 시간은 겉치레를 하는 데 주로 쓰고 있다. 단어 하나 쓰면서 이것도 신경 쓰이고, 저것도 신경 쓰인다. 좋게 말하면 연습이지만, 어떻게 보면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글 하나를 쓰면서 멈추는 시간이 많아졌다. 멈추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부담이 된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이렇게 망설이지 않는데, 브런치스토리에서는 유독 글을 쓰다 망설이게 된다. 왜인지 이대로 발행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고심해서 글을 쓰고, 여러 차례 퇴고 하여 양질의 글을 내보내는 작가들께 면이 안 서기 때문일까?

애초에 고수 작가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 나는 이제 글쓰기를 시작했고, 아직은 그저 쓰기만 해도 된다. 글쓰기 기교가 없어도 되는 시기이다. 얼마나 좋은 조건인가? 신입은 신입처럼 하면 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신입이 대리처럼 일할 필요는 없다. 꾸준히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성장의 뒷받침은 꾸준함 그 자체이기 때문에, 꾸준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할 수 없는 것을 하느라 꾸준함을 잃지 말자.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은 내가 당장 노력하고 고민을 한다고 해서 양질의 글이 뚝딱 나올 수 없다. 지금은 글쓰기 근육을 기를 때가 아니라,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할 때다.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일단 들이대 보자. 글쓰기가 미워지기 전에 다시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돌아와서 가볍게 '그냥' 쓰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