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랑이 정답이었다
10월은 찬란한 계절이었다. 출산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완연한 가을을 즐기기 위해 남편과 함께 강변으로 피크닉을 갔다. 미세먼지 하나 없이 맑은 날, 피크닉에 필요한 준비물과 간단하게 먹을 간식과 음료를 챙기는 내 마음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드라이브하는 동안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마음껏 가을을 즐기자고 말하며 차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청명한 하늘엔 새하얀 뭉게구름들이 떠 있었고, 빛나는 가을볕이 키 큰 가로수 위로 떨어져 내렸다.
피크닉 장소에 도착하니 가을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강변으로 들어가기 전 아주 넓은 광장이 나오는데, 어린아이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뛰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킥보드를 타는 아들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사진을 찍어주는 엄마, 그리고 딸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자상하게 알려주는 아빠의 모습을 바라보니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다정함이 흐르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걷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가족이 저런 모습이구나.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기가 태어나면 더욱 행복할 수 있겠구나.
피크닉 장소로 이동하여 가을 풍경을 감상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에 텐트와 테이블을 설치했다. 가을 햇살에 알록달록 물든 나뭇잎들은 낙동강의 맑은 물결과 짙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더없이 아름다웠다. 우리는 캠핑 의자에 앉아 블루투스 스피커로 가을과 어울리는 재즈를 재생하고 준비해 온 닭강정과 과일을 먹으며 출산 전까지 해야 할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꼼꼼하게 목록을 체크하며 남은 일들을 헤아려 보는데 이제는 정말 아기를 만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실감한다.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고 나뭇가지에 달려있던 노란 잎들이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늦은 오후가 되니 꽤 쌀쌀해서 텐트로 들어가서 일몰을 기다리며 쉬기로 했다. 아늑한 공간에서 느슨하게 풀어지니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고 낮잠을 잠시 잤다. 그러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하모니카 소리에 잠이 깼는데, 잠시 나가보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2명이 바위에 걸터앉아 하모니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선율에 기분이 좋아져서 아이들이 오래오래 연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 속의 아기도 엄마의 기분을 알아챘는지 아주 활발히 움직인다. 남편이 태명을 부르며 배에 손을 올렸더니 더욱 사랑스러운 움직임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다. 오늘 이 완벽한 피크닉은 남편과 나, 둘이 온 것이 아니라 소중한 우리의 아기까지 셋이 함께한 것이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어느덧 일몰 시각이 다가와 석양이 내려앉았고, 붉은빛이 강물 위로 흩뿌려진 윤슬과 어우러진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누워 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밀려왔다. 아름답고 반짝이는 이 순간에 머무르는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고. 물론 아기가 태어난 후 완전히 달라질 나의 일상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마음 한편에 존재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기쁨과 충만함이 더 클 것이다.
오늘 하루는 평화롭고 안온했으며 충분히 완벽했다. 더 많이 가지려고, 더 좋은 걸 하려고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된다. 갈수록 소박함에 더 가치를 두게 되고, 안정된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무언가를 많이 하는 것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만족하는 마음과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태도가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축복 그 자체인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찬란히 보내야겠다. 가을은 점점 깊어질 것이고, 우리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