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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랑 Apr 04. 2023

거리두기_계획은 J처럼 행동은 P처럼 떠나는 여행

오늘도 곰생했어 2부

나는 회사에서 들뜨는 느낌을 참을 수 없었고 이를 알아챈 눈치 빠른 동료가 내게 말을 건다. 

“혹시 또 제주도 놀러 가시나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주자 다시 내게 물어온다.

“아니, 제주도에 뭐 숨겨두나요? 왜 그렇게 제주도를 좋아하세요?” 그러면 나는 작은 이유를 동료에게 가져다 댄다.

“사실 산보다는 나는 바다파라서 그래요, 제주도의 4면이 전부 바다잖아요.”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작게 속삭이는 내용은 다르다. “회사랑 같은 땅을 밟고 싶지가 않아서요.” 

회복 탄력성이 낮은 내게 있어서 마음속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회사와의 어느 정도의 단절은 리프레시를 하는 것에 필수 요소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잘 알지만 최대한 내가 일상적인 루틴에서 매우 멀어진다는 것은 내게 고무적인 일이다.

회사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묶여있을 때가 많다.

과거에는 워커홀릭으로 일이 재미있었고 회사에서 나를 찾아주는 것이 오롯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 가치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주말에도 최대한 회사 근처에서 머물었던 시간이 많았고 매일 회사 메신저방을 들여다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더 이상 휴일에 회사에 속박받는 것은 내게 불필요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휴식은 휴식으로서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때부터 나는 업무와 개인적인 시간의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그 방법은 사람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내 첫 시작은 바로 여행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J’식으로 여행준비를 하고 여행 당일에는 ‘P’같이 모호하게 행동하는 것이 내게 있어서 잘 맞아떨어졌다.


첫날

12시 00분 김해 국제공항 출발

13시 00분 영화체험 박물관 투어

14시 00분 국제시장으로 도보 이동

14시 30분 국제시장 투어 및 부산떡볶이&물떡 먹기

15시 30분 감천 문화마을로 버스/택시 이동

16시 00분 감천 문화마을 탐방

17시 00분 송도해수욕장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버스/택시 이동

17시 30분 케이블카 탑승 및 암남공원 탐방

18시 20분 광안리 숙소로 버스/택시 이동, 근처에서 낙곱새 먹기

20시 20분 체크인 및 광안리 해수욕장 산책 및 맥주


둘째 날

해운대 근처 일정


“이렇게 진짜 가능해?” 내가 처음 이 일정을 만들었을 때 친구가 이걸 보고 이야기했다.

사실, 이 일정은 칼같이 지키라고 만든 일정이 아니다.

지키려면 지킬 수 있지만 힐링하기 위한 여행에 과한 조급함은 여행지의 매력을 반감시키기 마련이다.

그저 내가 갈 방향을 결정짓고 대략적으로 내가 어떠한 시간에 위치해 있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여행에 대한 테마와 그에 따른 몰입감을 주는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여행 안에서 나 그리고 동행하는 친구가 즐거워하는 것에 대한 비중은 늘리고 때로는 모호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해도 된다.

예를 들어 국제 시장의 동선의 넉넉히 1시간 잡아놓은 영화체험 박물관 방문에서 친구와 2시간 넘게 즐겁게 놀고 있었던 것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계획한 일들은 다 못하더라도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더 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때부터 나만의 회사와 거리 두는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나만의 거리두기 방법을 만들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회사에 대한 내 거리는 어느새 멀어져 있다.


다른 한 친구에게 여행을 가자고 설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귀찮타~! 집에서 게임할거다.”사실 나는 친구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지만 친구의 입장에서는 여간 귀찮은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과정 속에서 회사와 떨어져 본연의 나를 찾고 있지만 그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친구는 그것이 게임인 것이고 그저 내 방식이 그에게 완벽한 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방법이 효과가 없거나 나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의 것들을 천천히 따라서 해보는 것도 좋다.

잠시 틀이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내 모양을 찾는 것, 그 시도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D%96%89%EB%B3%B5%ED%95%9C-%ED%9C%B4%EA%B0%80-%EB%B3%B4%EB%82%B4%EB%8A%94-%EA%B3%BC%ED%95%99%EC%A0%81-%EB%B0%A9%EB%B2%95

#오늘도 곰생했어 2부

내게 보내는 질문 1.

그려진 지도에서 내가 일하는 위치와 휴일 중의 마음속 위치가 어디 있는지 표시해 주세요.

그리고 너무 가깝다고 느껴지면 얼마나 거리를 두고 싶은지 표시해 주세요.

혹시 거리를 두기 위해서 어떠한 휴식을 시도해 보실 건가요? J답게 아니면 J처럼 미리 조금 계획해 봐요.


예시) 서울에서 제주도만큼 떨어지고 싶다, 프리다이빙을 배워서 한 달에 한번 물속 세상으로 도피한다, 서울에서 부산만큼 떨어지고 싶다, 주말마다 핸드폰은 무음모드로 해놓고 영화를 볼 거다, 인천에서 대전만큼 떨어지고 싶다, 한 달에 한번 핸드폰은 멀리 던져놓고 템플스테이를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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