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여운을 끝으로 늦잠을 잔 우리는 4시 20분 비행기를 타기 전 우리는 무엇을 할지 잠시 생각을 해봤다. 원래는 돈키호테에서 간단히 쇼핑을 끝내고 도톤보리에서 인상이 깊었던 곳을 가려고 계획했지만 어젯밤에 돈키호테를 들려서 갈 곳이 마땅치가 않았다. 구글지도로 찾던 중 우리가 위치한 덴덴타운의 아래에 신세카이 시장과 쓰텐카쿠 전망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는 방씨에게 말했다. "여기서 일본 문화를 좀 보다가 초밥 좀 먹고 라피트 타러 가자"
솔직히 롯데월드타워도 가본 내 입장에서는 전망대는 상당히 매력이 떨어졌고 그 옆의 100년 역사의 덴노지 동물원은 방씨가 가기 싫어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고 일본의 카페도 방문하고 싶어 신세카이 시장으로 떠나기로 했다.
"방씨 이거 봐봐 사람들 엄청 줄 서 있네"
우리의 숙소가 위치한 덴덴타운의 토요일 아침 풍경이다. 가끔 매장의 오픈을 기다리는 현지인들이 줄을 서있었다. 사진은 피규어, 프라모델 가게였지만 가다가 본 어떤 곳은 아이돌에 대한 굿즈를 파는 가게였고 팬들이 많이 줄을 서 있었다. 아침이라 문을 연 곳은 거의 없었고 에비스쵸 근처에서 노숙자 한 사람을 본 것 외에는 별 다른 풍경은 없어 보였다.
드디어 도착한 신세카이 시장 초입이다. 우리 시장과는 다르게 약간 쇼핑센터의 분위기로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해있다. 다만 오전 9시 정도라 사람들이 많이 있지는 않았다. 방씨와 나는 케리어를 끌고 문을 연 오락 뽑기 가게에 들어갔다. 시장에도 이런 뽑기 가게들이 매우 많이 있었다.
일본에서 본 일본 오리지널 마리오 오락기라 신기했다. 요즘은 오락실들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 레트로한 분위기의 오락기는 많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뽑기의 경우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보통은 300엔부터 비싼 뽑기는 500엔의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었다.
그중에 인기 뽑기들은 정해져 있는데 스파이 패밀리는 가게마다 전부 뽑기가 바닥나 있었고 이로치카 (먼작귀) 또한 거의 없었다. 그리고 산리오 뽑기도 역시 전부 나갔다. 나는 이로치카가 일본 검색하면 많이 나오길래 눈에 익었는데, 나중에 애니메이션을 보니까 너무 귀엽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농담곰 작가가 그린 그림으로 힐링툰으로 예상컨대 1년 내로 한국에서도 유행으로 되지 않을까 싶다.
뽑기에 대해서 솔직히 내 눈이 뒤집혀서 여기에 거의 3만원 정도 쓴 것 같은데 퀄리티가 매우 매우 좋으며 내가 아는 캐릭터들이 원제조국에서 판매되는 것들이라 선물용으로 매우 좋았다. 그리고 500엔짜리 성인용 뽑기가 있는데 뽑을까 하다가 부끄러워서 뽑지는 못했다. 하지만 들어보니 나오는 게 별거 없다고 들어서 안 뽑은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난식으로 뽑으려 할 때 방씨가 약 3m 정도 거리를 둔 것을 보니 씁쓸했다.
쓰텐카쿠
쓰텐카쿠는 하늘과 통하는 높은 건물로 1912년 에펠탑을 모방해서 만들어졌는데 높이는 당시 64 미터로 동양에서 가장 높은 탑이었다. 하지만 화재로 소실된 이후 1956년에 103미터로 다시 만들어진 건물이다.
쓰텐카쿠 전망대 아래에는 엄청나게 큰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공작새들이랑 하늘이 표현되어 있었다.
들어가는 매표소 입구에 또 뽑기 기계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방씨가 기다려주는 동안에 열심히 뽑기를 뽑고 있었다.
"방씨, 나 이것만 좀 더 뽑을 테니까 짐 좀 지켜줘!"
그리고 뽑기 기계 앞 선 나는 옆 책상에 놓여 있는 서약서와 사람들이 와글와글 한 것을 깨달았다. 자세히 보니 쓰텐카쿠에서 슬라이더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망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서약서를 쓰고 슬라이더를 타기로 하고 지하로 내려갔다. 참고로 안전 서약서는 양면인데 뒷면에 영어로 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쓰텐카쿠 타워 슬라이더
운행시간 : 매일 오전 10:00~20:00
주유패스는 평일에만 무료
슬라이더 체감 시간 약 30초
가격 : 1,000엔
먼저 매표소에서 계산을 끝내면 앞에서 매트와 헬멧을 받고 라커룸으로 입장하면 된다. 다행히 럭커는 생각보다 커서 케리어를 넣을 수 있었고 우리는 슬라이드 매트와 헬멧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대충 어떻게 타야 하는지 벽면에 자세가 적혀있고 사진과 같이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타는 곳을 만나게 된다.
헬멧을 쓰고 매트에 누운 다음 매트의 덮개에 발을 쏙 넣어 주면 끝! 머리는 살짝 들어야 한다.
앞의 사람이 가기 전까지 우선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는데 영어가 안 통해서 손짓 발짓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아마 일본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지하철 매표소 직원들일 듯 싶다.
이제 내 차례가 오고 긴장은 하지 않았지만 신나게 소리를 지르면서 탔다. 참고로 위의 아이 이전에 탔던 분도 소리를 꺄아악 질러서 재미있었다.
체감시간은 약 30초이지만 높이를 생각하면 스릴도 있고 매우 재미있었다. 만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아까운 감도 있지만 일본에서의 마지막 여정이고 환전한 돈도 약 5만원 이상 남을 것 같아서 괜찮았다.
내 뒤로 슬라이더를 타고 온 방씨가 웃으며 말했다. "너 소리 지르는 거 다 들렸어"
사실 안에서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처럼 점점 작아져서 재미있다. 앞부분에서만 소리 질렀는데 아래에서도 다 들린 건지 아래에 직원들과 손님들이 나를 보며 유쾌하게 웃어줬다.
라커에서 짐을 챙기고 온 우리는 지하에서 올라가기 전에 연결되어 있는 상점에서 맛난 것들을 조금 샀다. 감흥이 있는 건 바로 위 사진의 우측 중간에 위치한 과일이 그려진 하얀색 박스 껌이었다.
43엔으로우리 돈 430원 정도인데초등학교 1학년부터 문방구에서 100원 주고 사 먹었던 과일맛 껌이었다. 여기서 보다니 감흥이 엄청 새로웠다.
신세카이 시장
신세카이 시장은 타워를 중심으로 길이 밖을 향해 펴져 있다. 그중 한 길로 들어서는데 외국인들이 사진을 많이 찍고 있어서 우리도 그 사이에서 찍었다. 그리고 신기한 게 앞의 참치가 붙어있는 가게를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던 게 기억이 났다. 낚시하는 횟집으로 가게에 오픈 낚시터가 있어서 바로 낚아서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담배 자판기도 있다. 여기는 신분증을 검사를 안 하나 싶었는데 알아보니 성인 식별 카드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동전이나 지폐 넣는 곳이 있어서 의문이 들었다.
한국 식당도 있어서 신기했다. 다만 가격이 1인당 2만 4천원의 가격에 2인 이상으로 되어 있다. 근데 야끼니쿠 가게의 가격 생각하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혹시 오사카에 오래 머물 분들이 찾아오기 좋을 것 같았다.
여기저기 축제 게임을 할 수 있는 상점들이 보였다. 코르크 총으로 박스 과자를 맞추어 따는 게임에서 종이 뜰채로 공을 옮기는 게임 등이 있는데 부산에서 경품도 딴 코르크 총 마스터인 내가 일본인들에게 실력을 보여줄까 하다가 그냥 시간이 아까워 가기로 했다. 솔직히 욱일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기는 독특하게 큰 동상이나 그림이 붙어있는 건물들이 즐비했는데 외국인들도 건물들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세카이 시장은 타코야끼가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이미 둘째 날에 질리게 먹었기에 생략하기로 했다.
어떤 음식점인지는 모르지만 자라가 수조에 있어서 신기했다. 예전 후쿠시마 원전이 터지기 직전에 해양식품 박람회에 방문해서 자라 죽을먹었던 기억은 있는데 솔직히 별로였다.
여기는 약 100년 전통의 덴노지 동물원이다. 시간이 좀 있었으면 방씨를 억지로라도 끌고 갈 수 있었지만 4시 20분 비행기라 촉박하기에 생략했다.
길을 가던 중 할아버지가 한분이 이 건물에서 나왔다. 오래된 간판이라 목욕탕인가 싶어서 봤더니 옛날 영화관 같았다. 번역기를 돌려봤는데 토에이? 토이, 성인용품점인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토에이는 일본의 3대 영화 배급사 중 하나라고 한다. 관심이 있어서 포스터를 이리저리 보는데 게이영화, 성인영화의 적나라한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배급사 정보에 대해서 알기 전에는 "할아버지가 좀 밝히네"라고 생각했다.
일본 카페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한 카페의 파르페 표시를 보고 급하게 방씨와 들어왔다. 아침을 못 먹은 공복이지만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조금 더웠고 초등학교 때 즐겨봤던 은혼에서 주인공이 즐겨 먹던 파르페와 일본식 빙수의 느낌을 알고 싶어서 주문을 하였다. 여기는 메뉴를 들고 와주는 시스템이었고 가격은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옆에는 기념품 샵이 있었고 카페에는 희한하게 일본식 방을 전시해 놓았다.
솔직히 기념품샵의 인원이 바글바글한데 바로 옆의 카페는 사람이 없어서 약간 불안했다.
하지만 나온 파르페는 달달하지만 과자와 과일이 가득 차서 좋았고 특히 하와이안 빙수는 말 그대로 맛있었다.
파르페에 익숙하게도 버터와플 과자와 오예스같은 과자빵이 꽂혀 있었는데, 저게 일본과자이기에 한국과자가 일본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었는지 체감하게 되어 조금 씁쓸했다. 그리고 설빙이 대다수인 우리와 다르게 일본의 빙수는 단출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가끔 길을 가다 보면 저 파란색 파파야맛 시럽을 뿌린 슬러시를 보고는 했는데 저 시럽이 빙수에도 은근히 잘 어울렸다.
오리엔탈 베이커리
제과를 가끔씩 하는 나는 메론빵, 편의점 빵도 궁금했지만 문득 일본의 카레빵이 매우 궁금해졌다.
그래서 난카이 난바의 라피트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검색 중 빵집 하나를 찾게 되었다.
신세카이 시장과는 엄청난 거리지만 열심히 걸어서 도착했다. 해당 베이커리는 동네 작은 빵집 규모였지만 사람이 은근히 있었다. 주인아주머니한테 열심히 커뤼빵을 달라니까 못 알아들으셔서 또박또박 카. 레 라고 하니 친절하게 카레빵의 위치를 가르쳐 주셨다.
짐을 맡고 있었던 방씨도 궁금했는지 내가 나오고 들어가서 똑같이 카레빵을 샀다.
맛을 평가하자면 솔직히 실망이었다. 파리바게트의 카레 고로케같은 필링의 가득함이나 우유를 섞은 일본식 카레의 맛을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카레 가루에 물을 살짝 넣어 꾸덕하게 만든 느낌이며 내용물은 부실하게 들어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아쉽게도 여기의 카레빵은 일본의 정석이 아니었다. 반죽에도카레가 들어가야 했는데 흰 빵이었다. 다만 앙꼬의 경우, 빵의 수분 흡수에 영향을 주어 꾸덕하게 넣는 것은 맞고 매운 카레를 넣는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산 것은 전혀 맵지가 않았다.
그 외 길거리
라피트 열차를 타기 위해서 신세카이 시장에서 난바까지 우리는 긴 거리를 캐리어를 끌고 갔다. 가면서 좌측 사진과 같이 스모가 열리는 경기장도 봤지만 시간 상 갈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일본은 신사가 왜 이리 많은지 거의 우리나라의 교회와 같은 위상으로 동네의 여기저기 있었다.
작은 해프닝으로 라피트 시간이 다가오는데 라피트 역을 못 찾아서 똥줄이 탔지만 결국에는 겨우 찾아서 복귀하게 되었다. 기억하도록 하자 오사카에 난바역이 많은데 난카이 난바역이 라피트를 탈 수 있는 곳이다.
끝마치며,
라피트 열차 사진
타국이라고는 어릴 적에 다녀온 금강산이랑 대만 여행이 끝이었고 약 10년 만의 외국 여행이었다.
솔직히 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괌이나 동남아로 가고 싶었지만 방씨가 박박 우겨서 타의 반으로 가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물론 가기 전에 공항 정보나 그런 것들을 잘 알아보지 못해서, 방씨랑 여행에 있어 거의 처음으로 약간 갈등이 있었지만 지나 보니 육체적으로 지친 와중에 해프닝에 불과했다.
특히 내가 기억에 남는 건,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호그와트 풍경과 어트렉션들 그리고 각종 볼거리였다. 아마 수많은 여행지와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넘치기에 오사카에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인생에는 한 번쯤은 가야 되지 않나 싶다.
우리와 같은 직장인들은 사는 것에 지쳐서 가끔 눈치를 보다가 떠나는 짧은 여행길이다, 이런 여행들은 갈 때마다 나의 내면에 있는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시간이 되어 행복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