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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로롱 Jun 29. 2023

나를 둘러보기 2

새 해부터는 이런 생활을 청산하고자 큰맘 먹고 다이어리를 샀다. 이 다이어리는 내가 관심 있게 지켜 본 유튜버가 제작해서 판매하고, 단톡방까지 만들어 특별 관리해 준다는 말에 오토매틱 손가락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제를 해 주었다. 좀 느슨해 질만하면 다이어리 단톡방에서 메시지를 보내며 참여를 독려했다. 지금은 그 속에 하루 계획을 적어놓고 했는지 안했는지 체크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래도 여백이 있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꽉 채워져 있음 답답해 보이니 가끔씩 여백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위로하지만 기분까지 좋아지는 건 아니다. 어쨌든 할 일을 안 한 흔적을 확인하는 셈이니까.     


이 다이어리를 기획한 회사의 공개 강의가 있었다. 멀지 않은 곳이라 참석했다. 내가 바뀐 점 중에 하나가 낯선 공개 모임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주말에 사무실 쉬는 것도 용납이 안 되던 내가 이젠 뻑 하면 문 닫고 외출을 한다. 작년부터 본업이 한가해 진 탓도 있지만, 줌이라는 온라인 공간에 너무 갇혀있었다는 갑갑증도 있었다. 너무 익숙해져버린 공간에서 우물 안 개구리가 돼가고 있는 건 아닌지 현타도 왔고, 무엇보다 새로움의 세계에 빠져 자꾸 다른 길도 가보고 싶어졌다. 가보고 않고 후회하느니 가보고 후회하자는 당돌함과 용감함이 버무러져 나를 변화시켰다. 그 결과 현재의 정신없음 상태가 돼버렸다.     


성균관 대학 안에 있는 세미나 실에서 공개 강의가 열렸다. 1월 1일부터 다이어리 쓰기 시작한 사람들의 발표도 있었다. 그 짧은 기간 안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의구심은 들었지만,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난 일이라 경청했다. 그런데 많은 변화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했다. 일단 기상 시간이 바뀌고 체중이 바뀌었다고 한다. 집 밖을 나오기 싫어하고 삶의 의미를 못 찾던 주부가 꾸준한 학습 도전으로 온라인 수익화를 이루고 발표자로 서게 된 것도 아주 큰 변화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 주부는 나와 같은 커뮤니티에 소속된 사람이라 깜짝 놀랐다. 서로 교류할 일은 전혀 없었지만 나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묘한 열등감을 느끼게 했다. 작년부터 뭘 배운다고 열심히 새벽기상하고 밤에는 밤대로 뭘 한다고 컴퓨터에 코를 박고 살았다. 한 가지를 꾸준히 하기 보다는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는 눈만 높아지고 식성은 난해한 잡식성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녀의 발표 모습을 사진에 담아 단톡방에 올렸더니 너무 반가워하며 왜 아는 체하지 않았냐고 했다. 글쎄 생면부지의 사람을 기다려서 만나고 왔어야 할 이유까지는 없었지만, 세상 참 좁다고 자조하며 돌아온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기회가 오면 잘 바뀌나보다. 나쁜 방향으로도 잘 바뀌지만 좋은 방향으로도 잘 변화된다. 이 단톡방은 여러 스터디 중에서 유일하게 꾸준히 해온 캔바 공부방이다. 작년 처음 캔바를 접하고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던 나에게 디지털 디자인의 재미로 이끌어 준 수업이다. 커뮤니티에서도 캔바 수업이 진행되었다. 한 번 수강했는데, 나의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진도가 너무 더뎠다. 열심히 SNS를 뒤져서 현재의 캔바 선생님을 찾아냈다. 그 뒤부터는 쭉 이 선생님께서 수업을 열면 수업받기를 반복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 캔바 디지털 콘텐츠강사 1급 자격증이 주어졌다. 의도하지 않았던 자격증이 생긴 것이다.      


공개 강의를 다녀오면서 나도 뭔가 한 가지를 내세울 수 있게 바꿔보자고 다짐했다. 아직 그 한 가지를 정하지 못했다. 계속 생각 중이다. 집요하다 싶을 만큼 뭔가를 끈기 있게 해내고 싶다. 남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내 자신에게 큰 소리치고 싶다. ‘너, 이거 하나는 끝내주게 해냈네.’ 하며 내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자격증이 주어진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내가 내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이 그 어떤 상보다 더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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