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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엄마 Mar 16. 2024

하나 잘 키우면 돼

“첫째는 잘 크죠?”


오랜만에 검진을 왔더니 이준이를 받아주고 둘째 유산수술을 두 번이나 해준 담당 선생님이 반갑게 묻는다.


“네, 벌써 네 살이에요 선생님. 너무 예뻐요.”


그러고는 지난 검사 결과도 좋았고 이번도 괜찮을 거라고, 다시 둘째 계획은 아직 없냐고 슬쩍 물어본다.


“너무 예쁜데, 하나 보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요. 하하”


웃으며 말하지만 앞서 나온 산모가 둘째의 산모수첩을 받아가는 모습을 보고 재작년 둘째를 보내던 때가 생각나 마음이 무거워지던 찰나였다.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둘째를 떠나보냈던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내게는 곤욕이었다. 이준이를 받아준 선생님과의 만남은 늘 반갑지만, 진료의자에 앉으면 심장이 멎었던 둘째가 생각나서 검진 예정일보다 세 달이나 늦게 어려운 발걸음을 뗐던 터였다.


“괜찮아요 근데. 벌써 1년도 넘은 일인걸요. 그리고 첫째도 있고.”


“그래요. 맞아. 하나도 없는 것도 아니고. 하나 잘 키우면 돼. 그래도 나중에 계획 있으면, 이번엔 정말 잘못되면 엄마가 너무 힘드니까 난임전문병원도 생각해 보고요. 근데 이렇게 이쁜 첫째가 있는데. 괜찮아요.”


그러면서 처음 진료 올 때랑 하나도 안 변한 거 같은데 벌써 나이가 노산에 접어드는 37이시네요 하며 너스레를 떤다. 이번에도 결과 괜찮으면 올해 말에 보자며, 선생님은 살이 많이 빠지셨는데 다이어트하시냐 물어보니 나이 들어서 빠진 살이라며 지금이 더 낫지 않냐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료실을 나온다.


숙제 하나를 끝낸 것 같은 안도감과, 반가운 선생님과의 대화에 심심한 위로를 받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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