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건강한 줄 알았어요. 이제는 모든 질병에서 벗어나서 남은 인생은 웃음으로만 가득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마음을 놓았어요. 어린 마음에 그랬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하루쯤은 당신 곁에 없어도 당신은 괜찮은 하루를 보낼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시 태양이 뜨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웃는 모습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소중한 하루를, 마지막 하루를, 당신과 함께가 아닌 나 혼자 보냈어요.
역시나 다음 날에도 태양은 아름답고도 따스하게 우리에게 인사를 했어요. 하지만 나와 당신은 추운 겨울밤을 보내고 있는 듯했죠. 나를 감싼 어둠이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모든 것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낮보다, 오늘은 눈감은 듯 어두운 세상을 바라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의 말처럼 당신의 모습은 선명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졌어요.
처음에는 이 말이 나를 위한 배려이자 위로였는지 몰랐어요. 당신을 떠나보내기 전까지는...
내 눈에서 당신이 사라지고 알았어요. 당신을 보지 못할 앞으로의 날들을 미리 준비하라고 어둠이 나를 감싸줬다는 것을요. 이제는 당신을 눈으로 볼 수 없어요. 당신을 만나는 방법은 눈을 감은 채 어둠의 문을 열고 당신과 함께 했던 날들을 느끼는 것뿐이에요.
당신과 눈을 마주하며 서로를 바라봤던 순간, 당신의 등에 업혀 이 땅을 날아다녔던 순간, 같은 공기를 함께 마셨던 순간, 오직 나만을 바라본 당신의 사랑, 그리고 지금도 내게 보내고 있는 당신의 사랑.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기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에 감사해요.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억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