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주의보로 날씨가 굉장히 춥네요. 사실 저는 밖에서 뛰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추위나 눈이 내리는 것은 신경을 쓰지 않아요. 그런데 오늘은 바람이 너무 부네요. 제가 평소 달리는 코스가 바다라서 그런지 바람이 특히나 많이 부는 것 같아요. 오늘 같이 바람이 부는 날에 다리 위를 뛰면 금방이라도 바람에 얹혀서 바다로 빠질 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정말 좋아하지 않는 러닝 머신에서 달리기로 했습니다. 러닝 머신은 왜 이렇게 지루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보스베이비 만화를 틀어놓고 뜁니다.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저는 제가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에 있다고 생각해요. 밖에서 뛸 때는 바다와 산을 느끼며 뛸 수 있어요. 그리고 밖에서 뛸 수 없을 때는 집에 러닝 머신에서 뛰면 되고요. 그리고 주택이다 보니 소음 걱정도 없어서 마음 편히 뛸 수 있어요. 러너의 입장에서 아주 감사한 마음이 드는 환경이죠. 글을 쓰다 보니 감사함이 더 커져가네요.
환경뿐만 아니라 이렇게 마음껏 뛸 수 있는 건강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네요. 저희 아버지께서 운동을 정말 좋아하셨거든요. 그런데 몇 년 전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수술을 받으셨어요. 그 뒤로는 걷는 정도의 운동만 가능하시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달리는 것을 참 좋아하세요. ‘항상 그렇게 관리해라’, ‘건강이 최고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시죠. 가끔은 그런 말씀에서 마음껏 뛰고, 자전거를 타고 했던 지난날들을 그리워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저도 마음이 아파지죠. 어쩌면 아버지랑 같이 달릴 수 있는 날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땐 그렇게 친하지 않았거든요.
하고자 하는 마음을 몸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어서 그런지 저도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네요. 역시나 글을 쓰다 보면 조금 더 깊게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서는 러닝과 글쓰기가 참 닮아 있는 것 같네요.
달리기는 단지 달리기로만 우리의 삶에 물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또 다른 삶의 가치들까지도 물들게 하네요. 오늘은 감사함을 배웠습니다. 감사함으로 뛰어봅니다. 더 진하고 다양하게 달리기가 내 삶의 물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