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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땅 Jan 01. 2024

신의 후회

10. 쇼펜하우어

" 인생은 의미 없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태어났다면 최대한 빨리 죽는 것이 차선이다."


대장의 한마디는 작은 공간의 우리들에게 던져졌다.


" 이 말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옛날 철학자가 한 말이다. 너희들 누구 하나 원해서 태어난 사람이 있냐 말이다. 누군 부잣집 귀한 자식으로, 누군 가난한 집 새끼로 태어날 선택이 없었으니, 그 이후의 선택은 너희 몫인 것이다. "


가끔 대장은 얼큰하게 취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스스로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짧게는 10분부터 길게는 한 시간까지 이어졌다.


아무도 대꾸하거나 거부하지 못했다.

그의 말 대부분이 우리에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 지금 밖을 나가보면 알겠지만, 세상은 너희  편이 아니야. 우린 나쁜 놈들이고, 없어져야 할 대상 일 뿐이지. 하지만 우린 우리 방식대로 세상을 바꿔 나갈 거야. 내 말 알겠지? "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대장의 눈을 바라보았다.

대장의 충혈된 듯 반쯤 감긴 눈 사이에 반짝이는 작은 이슬이 맺혀있었다.


검은 슈트와 하얀 셔츠 차림의 대장이 요 며칠 많이 이상했다. 우리들과 함께 일을 나가지도 않고 말 수도 적어졌다.


" 형.. 형.. 대장이 좀 이상해요. "

난 조금 친해진 민수형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 그냥 잠자코 가만히 있어. 대장 동생 기일이 어제였거든,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겁나게 분위기 떨어지고 초상집 분위기니까, 알아서 잘.. 알았지? "


처음으로 들어 본 대장 동생 이야기였다.

그 동생이 있던 곳이 내가 있던 '쉼터'였다.

물론 난 전혀 본적 없는 아이였다.


대장도 그 동생도 어린 나이에 갈데없고 잘 곳도 없던 때에 동생만 그 쉼터에 두고 대장은 세상 속 깊은 어둠 속에서 악착같이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다.


언젠가 동생을 데리고 나와 함께 살 날을 희망하면서. 하지만 어느 겨울날, 동생은 병이 들었고 심지까지 타버린 촛불처럼 꺼지게 되었다.

대장에게 연락할 방법도 없기에 동생의 시신은 쉼터 식구들의 간소한 장례를 거쳐 화장되어 한쪽 구석에 보관되어 있던 것이다.


이 사실을 몇 달이나 지나 알게 된 대장의 슬픔이 얼마나 컸고 찢어진 마음의 고통이 심하였을지 생각하니 아무 생각 할 수 없었다.


이 일 이후에 대장은 쉼터에 그가 가진 일부를 기부하고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동생에 대한 미안함이 줄어듯 것이라 생각했으리라.


" 죄를 짓고 있지만 그 죄는 내가 짊어질 것이고,

조금이나마 가진 것 없이 태어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난 괜찮다. "

대장은 자주 이런 말을 우리에게 한 이유가 다 이런 사연이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그렇게 사나흘이 흘러가고 나서야 집안 분위기는 다시 회복되고 있었다.

" 이번에 제대로 큰 껀이 하나 있으니, 준비 잘하고 주변 이상한 놈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해. "

민수형이 나와 몇몇을 모아놓고 진중하게 이야기하였다.

꽤나 잘 나가는 집을 털 모양이었다. 그런데 사뭇 분위기가 예전과는 달랐다. 비장함과 뭔가에 대한 목적이 있는 듯했다.


" 돈만 터는 게 아니란 말이야. 이번엔. "

민수형이 이야기하는 다음 계획은 놀라웠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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