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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땅 Nov 11. 2023

신의 후회

3. 아담과 이브

나이를 떠나 이곳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대화할 수 없었다. 당번은 귀와 눈을 총 동원하여 누가 만나거나 이야기하는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곳으로 함께 온 남매조차도 서로 말하거나 만날 수 없었고, 오직 목사님만이 예외로 인정되고 있었다.


남자들은 아담반이라 불렸고, 여자들은 이브반으로 나누어졌으며, 학년과 계급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28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남자 15명에 여자 13명. 당번은 남자만 돌아가며 하루씩 하였는데,  대략 2주에 한 번씩 하게 되는 것으로 철학시간의 발표와 기도, 그리고 깨끗한 물을 주전자에 담아 아담반과 이브반에 갖다 놓는 일이 주된 임무라 할 수 있었다.


" 이브반에 가면 좋은 냄새가 난다. 지난번에 갔더니 사과냄새가... 그런데 우리 반은 왜 이런

걸레 냄새가 나지? " 민호는 기영이와 수빈이에게 속삭이듯이 말하였지만 다 듣고 있었다.


" 내가 당번으로 갔을 때, 민숙이가 날 얼마나 쳐다보던지.." 킥킥 거리며 기영이가 말했다.

" 널 좋아하는 거 아냐. 어제 너 혼날 때 민숙이 표정이 좋지 않던데.. " 수빈이가 맞장구를 치며 키득거렸다.

조금씩 이성에 대한 관심이 커져갈 나이기에 서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가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내가 오기 전에 어느 여학생이 임신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목사님과 자원 봉사하러 오시는 선생님들은 몇 일간의 회의와 탐문, 조사를 펼쳤다.

임신한 여학생을 대상으로 그 상대가 누구인지, 누가 아이 아빠인지가 가장 핵심적인 의문이었다.

하지만 여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여학생은 미혼모 시설로 옮겨 저 지금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는 여학생은 그 이후 사라져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데, 아직도 아기의 아빠가 누구일지에 대한 수군거림은 이곳에 남게 되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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