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오늘-
“나중에 우리 시골에 내려가서 살까? 공기 좋고 번잡하지 않은 그런 곳.”
“아니. 난 도시가 좋아.”
고민도 없이 단칼에 거절했다. 화려한 불빛이 있고 북적북적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가 좋았다. 어디든 언제나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비춰 길을 잃을 리 없는 화려함,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취할 수 있는 편리함,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대중성, 그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도시가 딱 취향이었다. 조금의 불편함도 견디지 못하는 성격 탓을 하면서 익숙한 도시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네가 텃밭을 보여주었다. 흙을 갉아 한 줄 두 줄 세 줄… 생각보다 꽤 넓은 면적이었다. 그곳에 상추로 시작해서 가지도 심고, 호박도 심고, 고추도 심고, 콩도 심고 아홉 종이나 심게 되었다고 편안한 목소리로 말하는 너. 하루는 물을 주고, 하루는 잡초를 뽑고, 하루는 한 뼘씩 자라는 생명들을 보면서 막걸리 한잔 한다고. 그런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라고 말하는 해맑은 너의 얼굴이 편안하게 빛났다. 너의 빛나는 얼굴이 부러웠던 것은 언젠가부터 삐거덕거리는 나의 일상 때문이었으리.
사방에서 빵빵거리는 소리, 쉴 새 없이 들리는 사람들의 말소리, 지나가는 거리마다 불현듯 맡게 되는 담배 연기, 조심히 길을 비켜 가는데도 어깨에 걸리는 다른 이의 어깨… 그 모든 것이 신경을 자극했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말초신경들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번잡하고 시끄러운 소리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하루하루 더해가는 불면증으로 뒤척이는 밤이 늘어날수록 깜깜한 밤에도 환하게 빛을 발하는 가로등의 불빛이 얄미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딘가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너를 따라 나도 조그만 화분에 상추를 심어 볼까?”
“그래. 상추는 흙에 심어 물만 잘 주면 돼. 아주 쉬어. 그런데 상추 심기 전에 내가 있는 곳에 잠시 올래?”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점심때가 돼서야 도착했다. 네가 있는 곳은 바다를 지나 하늘과 조금 더 가까운 곳이었다. 초록색 풀냄새가 가득하고 은은하게 나무 향이 묻어나는 곳. 흙냄새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었다. 너를 닮아 나의 얼굴도 환하게 빛을 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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