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내일-
글에도 감정이 있고, 표정이 있다. 누군가의 글은 하루를 시작하는 응원이 되고, 누군가의 글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위로가 된다. 또 누군가의 글은 분노의 표출이 되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하는 글이 된다. 글에서 표정을 읽는 난 가끔 특정 단어에 온정신을 뺏긴다. 요즘 마음을 온통 뺏기고 있는 단어는 바로 ‘애쓰다’.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는 ‘애쓰다’. ‘애’는 본래 ‘사랑’, ‘정성’을 의미하는 한자 愛에서 유래했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다해 돌보는 헌신과 노력도 포함하는 의미이다.
취업난에 ‘대학 5학년’ 급증. 10% 이상 졸업 미룬다.
축제보다는 도서관. 취업난에 청춘들 ‘조용한 사투’
‘기러기아빠’ 매년 급증. 사회적 차원 대책 시급
9월 소비자물가 2.1%. 급등한 밥상물가와 환율 상승 주시
‘7세 고시’ 보러 학부모 1200명 우르르 몰렸다. 시험 수준에 ‘충격’
제목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히는 현실. 이런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온 힘을 다해 애쓸 수밖에 없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을 만들어진다.’ 등 모두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버거울 때가 있다. 평온함, 휴식보다 애씀을 강요하는 사회. 이렇게 애만 쓰다 어느 날 문득 모든 에너지가 꺼지게 된다.
번아웃증후군
: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의 통칭. 정신적 탈진.
에델비히(Edelwich)와 브로드스키(Brodsky)(1993)는 소진의 진행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소진에 빠진 한 사원의 시선을 가정하고 이에 따라 서술한다.
• 열성: 번듯한 직장에 취직했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이니만큼 열정이 넘친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으며 어려운 직무라도 스스럼없이 맡아내고, 자주 있는 야근이나 주말 출근도 자발적으로 행한다. 이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보람과 성취감은 삶의 낙이요 전부다.
• 침체: 슬슬 부침이 온다. 업무수행 자체는 무리 없이 해내지만 처음 입사할 적 느꼈던 흥미는 점점 떨어져 간다. 슬슬 직무에서 오는 보람은 뒷전이 되고 자신을 둘러싼 근무환경을 챙기기 시작한다. 보수, 근무시간, 업무환경은 이 직무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하는 요소로 승격된다.
• 좌절: 오랫동안 근무하며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다. 이 직장 역사에 한 획을 긋겠다는 포부는 사라진 지 오래고, 당장의 인사고과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벅차다.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의심이 생기고, 동시에 자신의 직무가 가지는 가치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업무의 무가치함을 맛보는 순간 직면한 업무에 대한 회피의 감정이 솟구친다. 정신이고 신체고 멀쩡한 곳이 없다.
• 무관심: 스트레스는 이미 극한에 다다랐고 업무는 여전히 벅차다. 흥미가 없는 일을 하려니 커진 스트레스는 가뜩이나 실패투성이인 자신의 직무인생에 더 많은 실패를 가져다준다. 확 뒤엎어버리고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당장의 밥벌이가 없다면 절대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직무에 대한 모든 감정선을 차단한 채 묵묵히 버텨내는 '기권'을 선택한다. 하지만 여전히 목을 죄는 스트레스는 버티기 힘들고 더 이상 직장에서 감정적인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슬금슬금, 퇴사나 이직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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