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오늘-
아들과 조카를 데리고 타로를 보러 갔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 어디쯤에서 누군가의 힘을 빌려 확신을 가지고 싶었나 보다.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기에 하고 싶은 일이 생계까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카드를 선택했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본인하고 잘 맞아요. 좋은 성과도 있고요. 그래서 2-3년 후에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가겠어요.”
용한 타로점이다. 누군가는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점을 본다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점쟁이를 용하다고 추켜세운다고 비아냥거린다. 그래도 그 말에 기대어 희망을 품고 꿈을 키우는 것이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기에 나 또한 타로점을 철석같이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누군가 딱 하나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필력'을 말할 것이다. 누군가 딱 하나의 초능력을 허한다면 그 또한 '필력'이다. 간절한 마음이기에 타로점을 맹신했다. 듣고 싶은 말을 들었기에 흡족한 마음으로 조카의 타로점을 들었다.
“3년은 취업운이 아주 좋아요. 올해가 가장 좋고 그다음이 내년이에요.”
“제가 시험을 준비 중인데 올해보다 내년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거든요. 내년에 가능성이 있을까요?”
“본인이 노력해야겠지만 운은 아주 좋아요. 면접은 무조건 통과예요. 여기 보면 손에 황금을 들고 있지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성취한다는 거예요. 올해 운이 가장 좋은데 올해도 도전해 봐요”
순간 조카의 얼굴에 기쁨과 고민이 교차했다. 아들의 연애운은 평범 그 자체. 굳이 타로점이 아니어도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갑자기 나의 타로점 신뢰가 흔들렸지만 믿고자 하는 마음이 훨씬 컸는지 굳건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조카가 고민을 얘기했다.
“제가 준비하는 시험은 보통 3-4년 정도 공부해야 겨우 합격할 정도로 힘들어요. 그렇게 공부해도 안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 공부를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아빠도 아프신데 빨리 취업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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