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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전화위복? 아니 설상가상

-제1부 오늘-

by 휘리

변화를 주고 싶었을까? 오래 살던 집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졌다. 한고비 넘겼다고 생각하면 또 닥쳐오는 한고비. 버티는 것도 아등바등 이겨내는 것도 벅찼다. 구질구질하게 느껴지는 인생이 모두 집 때문인 것 같았다. 새집으로 옮기면 어느 순간부터 꼬였던 인생의 실타래가 술술 풀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랬겠지. 신축 아파트 홍보가 두 눈을,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 주 화요일에 방문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매물이 별로 없는데 더 일찍 오실 수는 없으세요?”

“네. 그날밖에 안 될 것 같아요.”

“네. 원하시는 날로 예약 잡아놓을게요.”

매물이 별로 없다는 말이 자꾸 조바심 나게 했다. 일요일은 아무 일 없으니 홍보관 방문을 일요일로 이틀 앞당겼다.

홍보관은 고객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4 베이로 깔끔하게 정리된 구조. 여기에 산다면 자꾸 꼬이기만 하는 인생도 깔끔하게 정리될 것 같았다. 홍보관 방문할 때 걱정되었던 금액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계약금 일부를 입금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원하는 평수, 원하는 구조로 단숨에 계약을 마무리했다. 나머지 계약금과 필요한 서류는 일주일 안에 다시 방문해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했다.

아직 첫 삽도 뜨지 않고 입주하려면 3년 후인 집이 눈에 아른거렸다. 눈에 아른거리는 만큼 마음도 한껏 들떴다. 첫사랑에 열병을 앓고 있는 사춘기 소녀처럼 하루 종일 두근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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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하게 걸어가던 길.때론 작은 돌멩이에, 때론 큰 구멍에 문득 발걸음을 멈출 때가 있습니다 당신이 머뭇거릴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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