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군대 갔다. 5
아들과 일주일에 한 번 통화할 때 다시 조교 신청을 권유했다. 아들도 그곳 조교들이 인간적으로 좋고 존경스러워 함께 근무하기를 희망한단다. 권유하는 조교들에게 조교 되는 절차를 물어보고, 시험에 대비해서 공부도 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마음 졸이고 힘들었던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살 것 같았다.
다만, 아들이 친구와 동반 입대를 한 상황이어서 친구와 함께 조교를 신청하거나 동반 입대를 포기해야 한단다. 아들은 친구에게 조교 의사를 물어보았단다. 그런데 친구는 워낙 내성적인 아이여서 조교는 죽어도 못하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둘은 동반 입대를 포기하는 것으로 얘기를 맞췄다고 한다.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지만, 아들이 조교가 되기를 바라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더욱 간절해졌다.
2월 25일 토요일 오후 1시에 통화한다는 ‘더 캠프’ 게시판 공지를 보고, 전화를 기다렸다. 오후 1시가 조금 지나자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 목소리가 좀 안 좋았다.
아들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어제 조교 면접을 했어. 그런데 다른 중대에서 내가 동반 입대병인 것을 알고 딴지를 거는 거야. 동반 입대 포기하겠다고 했더니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 중대 상관이 동반 입대병은 함께 조교 할 수 있거나 한 명이라도 원치 않으면 모두 조교를 할 수 없으니 친구 의사를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했어. 근데 내 친구는 성격상 조교가 힘들거든. 그래서 조교 못한다고 해서 나도 조교가 안 되었어.
동반 입대가 이렇게 악영향을 미칠 줄 생각도 못 했다. 생각도 못한 이유로 아들이 조교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조교 못하겠다고 한 아들 친구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속상한 마음을 애써 감추면서 이것이 더 안 좋은 소식이냐고 물었다. 아들은 조교 안 된 것은 안 좋은 소식이라고 말하면서 더 안 좋은 소식을 전했다.
조교 안 되고 친구하고 처음 계획한 대로 GOP 지원하려고 했는데, 이번 기수에서는 GOP를 안 뽑는다는 거야. 그런데 수색대대 지원자 면접 중 갑자기 분대장들 나오라고 하는 거 있지? 그래서 나갔더니 그동안 내 신병교육대 성적과 조교들이 평가한 훈련소 평가를 보고 수색대대 면접관이 아주 만족스러워했어. 그러고는 수색대대 못 올 이유가 있냐고 물어서 평발이고 무릎과 손목 등 안 좋은 곳 얘기를 했더니 그런 것들은 사유가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동반 입대병이라고 했지. 그러니까 친구를 데려와서 친구와 함께 수색대대 가게 될 것 같아.
아니, 뭐 이런 개떡 같은 경우가 있나 싶었다.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조교는 동반 입대병이라고 안 된다더니 수색대대는 동반 입대병 모두 다 데려간다니. 수색대대만은 피하기를 간절히 원했는데...... 속상한 마음에 더 속상할 아들을 제대로 위로하지도 못했다. 그저 걱정의 말만 눈물로 했다. 나중에 아들 편지를 받아 보니 내가 하도 울어서 아들이 다음 날 나를 위로하는 편지를 썼다.
그렇게 아들과 20분 통화하고, 나는 지옥에 떨어진 것 같았다. 수색대대가 힘들다는 것 빼고는 뭐 하는 곳인지도 전혀 모르는 나는 다시 인터넷으로 아들이 자대배치받을 것 같은 사단 수색대대를 검색했다.
검색하는 곳마다 힘들고, 위험하다는 말만 나왔다. 특히, 최전방이어서 무릎이며 몸이 엄청 상한다는 정보만 가득했다. 이런 정보를 접하고 나니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러웠다. 내가 잘 못 살아서 아들이 벌 받는 건가 하는 자책에서 시작한 생각은 조교 하라고 꼬드긴 신병교육대 조교들, 동반 입대병을 걸고 면접을 통과 안 시킨 다른 중대 간부, 조교를 거절한 아들 친구 등에 대한 원망으로 끝났다. 세상 모든 사람과 모든 상황에 화가 났다.
나에게 2023년 2월은 악몽과 같은 나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