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어
그게 뭐야?
사실은, 연인이라서 말할 수 없는 거 아니야?
대화체로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니셜로 시작되고 그들의 공통점은 시를 쓴다는 것
젊은 시인들은 말합니다 그들은 소설이 쓰고 싶습니다 갖지 못한 것이 갖고 싶어서 시멘트 바닥을 맨몸으로 구르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 중 몇몇은 측은하게 바라봅니다 대개 그렇습니다
그들은 사람을 믿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세상에서 제일 낯설게 느껴집니다 지하방의 습기를 들이마시며 호흡을 거칠게 움직이다가 하늘에 달아놓은 굴비 바라보듯 연인의 야윈 등을 내려봅니다 그들은 비극입니까 마주 보지 못하는 눈빛은 식은 밥과 같습니까
자도 자도 계속 졸려요 선생님 눈이 떠지질 않아요 사실 나는 한 번도 진짜 눈을 떠본 적 없어요 내 연인은 그런 줄도 모르고 내 눈을 예뻐해요 동공을 홍채를 속눈썹을 모조리 우린,
아마 삼켜질까요
물 없이 알약을 삼키면 목구멍이 막힌다는 것과 같은 헛소리를 내뱉는 동안에도 우리는 살아남아서 웃고 있지 굴러다니지 모서리가 있어서 울퉁불퉁 잘 걷지도 못하면서 골목 어귀를 빙빙 돌기만 하면서 어쩌다 켜진 가로등을 운명이라 단정 짓기도 하면서 붙어있는 그림자 두 개를 보고 두 개였던 우리를 떠올리기도 하면서
마지막 문장에 다다랐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