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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용 Jul 30. 2023

우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렸던 전화 벨 소리


영화 <미스 유 올레디>는 내 모든 걸 함께한 눈부셨던 순간들, 서로의 모든 처음을  그들은 함께했다. 서로 가정을 꾸려 행복을 누리던 중 밀리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재스는 그런 밀리를 감당하기가 점점 버거워지면서 벌어지는 <우정 영화>가 나와 그녀 닮았다.


영화 <미스 유 올레디>는 내 모든 걸 함께한 눈부셨던 청춘들, 서로의 모든 처음을 그들은 함께했다. 서로 가정을 꾸려 행복을 누리던 중 밀리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재스는 그런 밀리를 감당하기가 점점 버거워지면서 벌어지는 <우정 영화>가 나와 그녀를  닮았다.   


그녀는 한 살 많은 나를 어릴 때부터 항상 선배 언니라고 부르며 몹시 따라 다녔다. 우린 같은 동네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각자 다른 도시에서 살다가 20대 중반에 다시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다시 만난 게 아니고 그녀가 우리 집 주소를 알아내 일방적으로 나를 찾아왔다. 부모님은 한 동네 살았던 그녀를 무척 반갑게 맞으며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다는 말에 대견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린 주말이면 대공윈에서 산책을 했고, 평일엔 내가 다니는 신문사로 찾아와 퇴근 후 종로에 있는 학원에서 지점토와 꽃꽂이도 같이 배우며 저녁을 먹고 DJ가 있는 다방에서 클레식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몇 년을 취미와 일상을 함께 즐기다 그녀는 오래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나도 결혼 후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간간이 걸려오는 그녀의 전화에 제대로 응대할 수 없었고 그 당시만 해도 국제 전화 요금이 부담돼 미국으로 전화를 거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달에 서너 번  국제 전화로 큰 아이는 학교생활이 어떻고 작은 아이는 어느 유치원에 다니며 한인교회 다니는 누구와는 어떻게 친해졌다며 자세하게 말해 주었지만 나는 잦은 그녀의 전화를 바쁘다는 핑계로 피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바쁜 일상에 쫓기던 중 그녀의 조카로부터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말을 들고 그제야 미국으로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말없이 울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에 가슴 한 구석이 아팠다.      

그녀는 주말 저녁이면 어김없이 가족과 외식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며 심지어는 그 동네 목사님은 어떤 분이시고, 한국 식품가게 사장의 고향은 어디고, 마당에 잔디를 깎지 않아 옆집사는 백인이 고발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린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이 젖듯 우정의 나무는 전화기를 타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봄에는 두 나라의 꽃들이 만발했고 겨울엔 크리스마스 트리의 화려한 불빛으로 우울한 갱년기를 서로 다독이며 송구영신 인사를 나눴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떨어져 살아도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도 주변 사람들의 일상도 눈에 보이듯 훤하게 그려졌다.   

   

가끔 그녀가  한국에 나오면 우리 집에서 1주일을 같이 지내며 못다 한 이야기들로 밤을 새웠고 미국에 있는 큰 아이가 독립을 하자 국가공인 플로리스트 심사위원 선발이 동남아에서 열릴 땐 제3국에서 만나 우린 여행을 즐겼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를 무척 따랐던 그녀를 오랫동안 피하며 아프게 했던 때가 몹시 후회된다.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을 제일 먼저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는 유일한 사람인데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그녀의 노력이 없었다면 둘도 없는 단짝을 영영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켰다.     


선배? 우리 아들 결혼식 끝나면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쿠바로 버킷리스트 가는거 잊지 않으셨죠?”     


내 마음은 벌써부터 어니스트가 머물던 <맘모스 문도스> 호텔 511호에서 그녀와 함께 크리스탈 블루마운틴 커피를 마시며 카리브해의 노을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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