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커>가 <일렉시드>처럼만 했다면 더 잘 되지 않았을까
시간이 남아 네이버 웹툰을 만지작거리다가 <일렉시드>라는 작품을 보았다. 처음 나왔을 때는 스토리 작가도, 그림 작가도 둘 다 대작을 완성시킨 작가들이라 기대했다가 주인공의 길냥이 밥주기만 나와서 접었었는데, 335화가 쌓이고 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
그런데 이 작품, 초반 전개가 내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브레이커>를 많이 닮았다. 장르가 <일렉시드>는 현대판타지고 <브레이커>는 무협이지만, #도심속능력자들 #차별받는주인공 #세계관최강스승 #정의감 등등 겹치는 코드가 굉장히 많아서 내 감성에 둘 다 딱이었다. 요즘 워낙 악랄하고 자기만 챙기는 주인공들이 많아져서 이런 악당 스승과 착한 주인공이 함께 시련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뜸하단 말이지.
하지만 <일렉시드>를 보다보면 <브레이커>에 대한 아쉬움이 점점 커져만 갔다. <일렉시드>는 꽤 단순한 구조의 반복이지만 장기 연재를 하면서 스토리에 따로 무리가 가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주인공의 적 -> 싸워서 증명 -> 너무 강한 적은 스승이 등장하는 심플한 구조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캐릭터들 모두 개성 있고 디자인도 정말 다채롭게 잘 뽑아서 주인공이 점점 더 강해지기를 기대하게 된다.
반면 <브레이커>는 다른 방향으로 연재했다. 더 다양한 구조를 짜려고 했다. 그래서 1부의 마지막은 정말 그 어떤 만화를 가져와도 이만큼 잘 만들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2부에서 주인공이 스승과 완전히 적대하는 과정을 그렸고, 결국 3부에서 문제가 크게 터지고 말았다. 주인공과 스승이 적대하는데, 정작 스승은 주인공을 보호하려고 악역을 자처하니 주인공의 완전한 적(敵)이 없어졌다.
그래서 마교라는 새로운 집단을 갑자기 넣어서 삼국지처럼 집단의 삼파전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려고 했지만 결국 주인공이 싸워야할 대상이 없어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소년만화에서 목표를 잃은 주인공을 누가 봐? 그래서인지 스토리 협의를 한다고 100화에서 갑자기 연재 중단.
<브레이커>는 원래 잡지에서 연재했을 정도로 굉장히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작품이다. 그런데 정작 훌륭한 세계관을 만들어놓고는 제대로 쓰지를 못 했다. 마치 소고기랑 트러플로 개밥을 만든 느낌이다.
작가들이 2부 연재 이후 10년 넘어서 3부를 시작한 걸 보면 언젠가는 다시 연재를 재개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이정도로 망가진 스토리를 손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럴거면 차라리 <일렉시드>처럼 유치해보이더라도 심플하고 실패하지 않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지 않았나. 적어도 <브레이커> 그림 작가는 국내 웹툰에서 액션의 탑에 가까운 작가인데 이런 식으로 작품이 끝나다니, 아쉬움만 커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