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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an 30. 2024

운동에 진심인 이 곳

국제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새로웠던 것 중 하나는 학교도, 학생도, 부모도 운동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학교 PE시간에 하는 운동도 정말 다양한데.. 수영, 네트볼, 벤치볼, 티볼, 럭비, 축구, 멀리뛰기, 3단 뛰기 등 이 곳에 와서 처음 들어본 종목도 많았다.

학교에는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팀이 있고, 연령대별로 U9, U10, U12, U15 등으로 팀을 나누고 선발한다.

스포츠팀 선수 구성을 위해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신청을 받고, 약 2주간에 걸쳐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이 때 선생님이 아이들의 경기 기록과 실력을 평가하여 팀 선수를 선발하게 된다. 마치 오디션을 치루고 결과를 알려주듯 학생과 학부모에게 메일이 오는데 메일을 열어보기가 은근 두근거린다.

이 곳 말레이시아에서는 매 텀마다 대표 스포츠 종목에 대한 경기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Term 1 에는 크로스컨트리 대회, Term 2 에는 축구와 Athletics Field Event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 육상 대회가 치루어진다.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국제학교끼리 하는 AIMS 라는 대회가 있고,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아시아에 있는 영국 학교끼리 하는 FOBISA 라는 국제 경기가 있다.


스포츠팀에 선발되면 매주 팀 트레이닝에 참여해야한다. 보통 일주일에 한 두번 진행되는데 새벽 6시 30분부터 훈련을 진행한다. 약 1시간 훈련을 하고, 아이들은 싸온 간식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수업에 들어가는 식이다. 동도 트지 않은 깜깜한 새벽, 학교에 모여 훈련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특하기 그지 없다.


이 곳에 오기 전에도 한국에서 축구를 워낙 좋아했던 아이였지만 운동을 이렇게나 좋아하고 잘했던 아이였나 싶어 놀라울 때가 많다. 지난 텀에는 크로스컨트리팀에 선발되어 대회에도 참여했는데 1.5km 를 꼬박 쉬지 않고 공원 호수길을 따라 달리는 경기였다. 결승선에 서서 돌아올 아이를 기다리는데 얼굴이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로 뛰어들어왔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뛰는데 다리 감각이 안 느껴졌다고 했다. 그래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났다.




여기로 따지만 저학년일때도, 고학년이 되어서도, 중고등학생의 학년이 되어서도 아이들은 꾸준히 스포츠팀에 참여한다. 매주 훈련에 꼬박꼬박 참여하고 경기에도 나간다. 이 곳 아이들에게 경기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메달을 따고 싶어하고 이기고 싶어하지만 그보다는 학교 스포츠팀에 소속되어 훈련하는 소속감과 대회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성취감과 자부심이 더 크게 다가온다.


언제가 유튜브에서 우연히 한 클립을 본 적이 있다. 구글 본사의 인사 분야에서 일하신 한국분이셨는데, 한국 사람들은 똑똑하고 일도 잘 하는데 왜 글로벌회사 임원 자리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본인이 분석한 결과, 글로벌기업 임원들의 공통점은 굉장히 오랜 기간 학창 시절 팀스포츠에 참여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했다. 주전 멤버였든 벤치 멤버였든 상관없이 팀에 소속되어 오랜 시간 훈련에 참가하고 경기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스포츠팀에서 활동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 말이 무엇인지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매주 훈련을 하고 대회에 나가며 아이는 소속감을 넘어서는 끈끈한 무엇인가를 느낀다. 경기를 마친 후 친구들과 결과를 공유하고 서로를 축하해주고 응원해준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해서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 경험에서 배우는 것들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느끼고 배울 수 없는 것이리라.




학교 스포츠팀에서 활동하지 않는 일반 아이들도 모두 제각각 꾸준히 하는 운동은 한 가지씩 있다. 배드민턴, 골프, 테니스, 크리켓, 주짓수 등 본인이 관심있는 스포츠를 학교 외부 클럽에서 배우거나 개인적으로 하고, 또 외부 취미 대회가 열리면 참여하기도 한다. 저학년 때 바짝 배우고 마는 운동이 아닌, 본인이 자라면서 오랜 기간 쭉 이어나갈 취미이자 특기로 즐기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즐길 수 있는, 본인들이 스트레스받고 힘들때 돌파구가 되어줄,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런 운동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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