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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Sep 01. 2024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감사해


워킹맘의 에세이를 쓰다가 이번주엔 아이의 생일 이벤트에 대해서 소소하게 작성해 본다.


아이의 두 돌 생일을 맞아 동네 이벤트(?)를 계획했다. 아이 생일날 직장인인 남편과 나는 오후반차를 쓰고 편지와 생일 떡을 돌리기로 생각했다. 이걸 생각한 이유는 아이가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주변의 예쁨을 받았고 주변으로부터 받는 것들이 많아서(크고 작은 도움, 간식 등 ) 이걸 어떻게 돌려드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나누어 보자라! 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왜 이런 걸 생각했지라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우리 엄마한테 배운 듯하다. 한 아파트에서 오래 살았는데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종종 아파트 관리원(경비아저씨)께 배달을 하고 왔다. 나중에 커서 그 이유를 엄마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아파트 관리원의 경우, 식사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도시락을 싸 오시는데 찬 음식을 먹으시니 따뜻한 음식을 나눠먹자!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디에 떡을 돌리지?


아이가 꾸준히 다니고 있는 소아과는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부터 간호사선생님까지 너무 친절하시고 아이를 위해 주시는 마음이 항상 느껴진다. 그래서 꼭 떡을 나눠드려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소아과 오픈런 이후에 30분의 대기 시간이 있는데 그동안 약국과 편의점을 자주 갔었다.


약국 문을 열고 청소를 하실 때 아이가 돌진? 하게 되어도 웃으면서 '안녕! 일찍 왔네~'라는 말을 해주셨고 아이도 화답하듯 연신 손을 흔들었다.


그러곤 복도에서 편의점을 바라보다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인아저씨가 '안녕~ 또 왔어?'라며 인사해 주셨다. 바구니를 빼서 물건을 담는 아이를 말리느라 정신없는 나에게 '괜찮아요. 다 그런 거지'라는 따뜻한 말로 엄마의 죄송한 마음을 덜어내 주신다. 이런 크고 작은 배려로 아이는 병원을 갈 때마다 이곳저곳에 가서 인사를 하기 바빴다.


아이가 병원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소아과, 약국, 편의점의 어른들이 아이에게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동네 카페, 미용실 등

어린이집 등원길에 지나가는 카페가 있다. 그곳은 꽤나 유명해서 백화점 내에 입점되어 있을 정도이다. 오픈 준비를 하고 계시면 그 카페가 마음에 들었는지 매번 돌진하는 아이, 아이를 잡으러 뛰어가는 것이 반복이었다. 그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아닌 귀여운 아이의 행동으로 바라봐주시는 표정

아이가 따스함을 느끼며 한 뼘 더 자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1층에 상가가 들어가 있는 빌라이다. 그 상가에선 아이가 크는 모습을 보셨고 오며 가며 인사를 했다. 아이가 문을 열고 빼꼼 들어가면, OO이 왔어?라는 말로 반갑게 맞아주신다. 이번에 그 상가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떡을 드렸는데 다음날 선물을 잔뜩 받아버렸다. 이런 걸 받으려고 계획했던 이벤트가 아니었는데 더 많은 것을 받아버린 하루


이번 생일에 받았던 따스한 말들


'애기도 애기인데 엄마아빠가 제일 고생했지. 엄마아빠 마시라고 주는 거야~ 고생했어!'
'아이와 함께 오면 OO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느껴져요. OO이 생일선물로 빵을 주고 싶어요.'
'아기엄마~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아이 선물 주려고 샀어요.'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하게 자라~ 생일축하해!' OO이 맛있는 것 사 먹어!
'떡을 주는 거야~? 정말 고마워. OO아 생일축하해!'
'이모한테 또 머리 자르러 와~! 그때 또 맛있는 것 준비해 놓을게~ 생일축하해!'






최근 뉴스를 보면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라고 교육했지만 이제는 바로 돕지 말고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교육해야 한다. 굉장히 슬픈 현실이다.


사회범죄가 일어났을 때 범죄자의 유년시절을 보면 문제가 있던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자랄 때 정서적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 한 명을 잘 키워내는 것은 우리 가족만을 위한 일이 아닌 사회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이번 생일을 통해서 아이는 나누고 받는 법을 몸소 느꼈을 것 같다. 단순하게 떡을 나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많은 축하를 받았다.

아이의 생일을 맞아 매년 하고 있는 기부! 작은 돈이지만, 여름철 용품이 필요한 곳에 닿길


아이의 생일을 보내고 나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아가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고 있는 만큼 나눌 수 있는 아이로 키워내고 싶다 : )


욕심이지만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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