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버킷리스트 작성을 해보았다. 삶의 버킷리스트라기보단 막 성인이 된 친구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구잡이로 넣었다. 누군가가 한복을 입고 유럽여행을 갔다는 이야기를 듣곤 대학생이라면 유럽으로 훌쩍 떠나봐야지.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렇게 꼬깃꼬깃 작은 돈들을 모아 아르바이트비로 여행을 떠났다. 물론, 나도 멋진 사람이란 생각을 가지며 한복도 챙겨갔다. 되돌아보면 20살의 패기
가는 길은 험난했다. 대학생에게 유럽여행을 가기 위해서 비행기는 너무 비쌌기에 중국을 경유하는 중국 국적의 항공기를 탔다. 항공기 안에서는 경동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물건을 파는 듯한 시끄러움이 있었다. 항공기에서 벨트를 뺐고 내 머리받침대를 손잡이 삼아 일어났다. 이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잠을 못 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기내식을 먹곤 화장실로 달려갔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었구나 다 보인다. 전부 게워낸다. '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그렇게 첫 유럽여행이 호기롭게 시작되었다.
스페인은 달랐다. 대학생이 아닌 나는야 멋진 직장인. 나에겐 전보다 쓸 돈이 많아졌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짐했듯 나는 그걸 이뤘다. 한국 국적기 직항
옆에는 부모님처럼 인자한 50대 부부가 앉으셨고 밥도 먹지 않고 자는 나를 걱정하며, 괜찮냐고 물어보신다.
스페인에 도착해서도 컵라면이 아닌 1끼는 외식을 했다. 유럽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로 컵라면과 함께 했던 그때와 달리, 모든 것을 눈에 담으려고 빡빡한 스케줄을 계획한 그때와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