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는데.
언제 밥을 먹는담
퇴근 후 남편과 나는 식탁에 앉아서 전쟁을 치르듯 우걱우걱 밥을 먹는다. 밥의 단맛을 느끼며 어금니로 잘근잘근 천천히 씹어서 삼킨 것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를 눈으로 돌보며 빠르게 밥 한 공기를 끝내려 군인이 총을 들 듯이 비장하게 숟가락을 든다. 그리고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마주해 버린 산더미 빨래통
흰 빨래, 색깔 빨래, 아이빨래, 수건빨래 너무도 많이 쌓여있다. '에라이 모르겠다.' 오늘만 흰 빨래와 색깔빨래를 한 번에 돌려보자. 나에겐 이염방지시트가 있으니까.
냉장고를 열었다. 벌써 똑 떨어진 아이의 아침 리소토. 아이의 유아식을 부지런히 만든다. '아이가 잘 먹어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악... 벌써? 또 만들어야 해?'라는 생각으로 주방에 섰다. 흑백요리사에 나온 셰프처럼 자연스럽게 매번 하던 대로 리소토를 만든다.
나는 만들고 남편은 치우고 완벽한 2인 1조이다. 뚝딱~ 뚝 딱
이 상황이 마냥 웃기다. 이렇게 합이 잘 맞는 둘이라니 힘든 와중에 피식 웃음이 난다. 8시가 되어서 아이는 잠을 자러 들어갔고 주방, 거실 이곳저곳을 청소하며 마무리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우리 진짜 열심히 한다."
"그럼~ oo이가 잘 먹으니까 다행이지!"
5시 퇴근 후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 한 번도 앉지 못했다. 그래도 같이 하는 일상임에
나의 뇌가 그의 뇌이고 나의 팔다리가 그의 뇌인 듯 다음 단계를 바로바로 밟아나가는 서로를 보며 웃음 짓는다.
엄마아빠는 잘 먹는 너를 보며
그걸로 되었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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