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별로
하루가 엉망진창이었다.
나의 선임이 퇴사를 결심했다. 전부터 퇴사를 결심한 모양이지만, 3개월밖에 되지 않은 햇병아리인 나는 너무나 당황스럽다. 하지만 회사가 돌아가는 걸 보니 선임이 왜 퇴사를 결심했는지, 그녀를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잘 가라고 인사해 주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10월의 첫 출근, 문득 외롭다는 감정이 올라왔다. 30분마다 스스로를 점검하며 1번 업무를 했는지, 2번 업무에서 누락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의 업무를 대신해 줄 사람은 없기에 입사 3개월 차인 나는 외롭게 홀로 싸우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되뇌어본다. 그러던 중 회의시간에 이런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번주에 무엇을 했죠?'
그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실적을 내라는 의미, 더 나아가라는 의미 모든 게 말이다.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저 말은 굉장히 아프다. 내가 굳이 이 회사를 다녀야 할까? 이 회사는 나를 위하지 않는데 야근 따위 절대 하지 않으리 다짐한다.
나도 반드시 회사를 이용해 먹을 거야.
못된 마음이 훅 올라오는 엉망진창의 하루이다.
*첫 문장 출처 : 그리다가, 뭉클 /이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