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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Oct 10. 2024

듣지 않아도 될 말

이봐요 아저씨

대학을 졸업한 뒤 나의 20대를 되돌아보면 매년 다른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4점을 넘는 학점, 타학교 학생들과 나갔던 공모전, 학생회 활동, 자격증 여러 개 등을 가지고 당당하고 포부 있게 졸업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호선 강남 어딘가에 있던 중견기업 면접에서 듣지 않아도 될 말들을 들었다. 


"남자친구 있으세요~?"


"결혼생각은 있으세요? 자녀생각은요?"


우리 가족처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내 인생의 목표였고 사회적으로 회사에 다니며 살아가는 것도 내 인생 목표였다. 이 목표가 상충되는 질문을 듣고 나는 뇌가 굳어버렸다. 어떤 정신으로 대답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속상해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조용하게 울었다. 그 이후 내 일상에 큰 타격을 받았다. 나는 더 이상 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한 회사들도 다 똑같을 거라는 생각, 가봤자 남자를 더 좋아할 것이란 생각에 빠져서 아무 일도 하지 않기로 했다. 감옥 같은 회사 면접장에 가지 않으면 쓰레기 같은 말을 듣지 않아도 되니까.


점점 더 작은 방 안에 나를 가두었다. 삶은 단조로웠다. 퓨즈가 꺼져버린 사람처럼 생각은 하지 않았고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시간을 흐르는 대로 놔두었다. 무슨 이유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두 달 정도 뒤에 다시 서류지원을 해 볼 용기를 불현듯이 얻고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후에 첫회사를 잘 다녔고 카페창업도 하고 직무를 변경해서 회사를 잘 만 다닌다. 그 면접관이 우려했던 상황이 무엇인지 아이를 낳고 키우며 느끼고 있다. 




*첫 문장 출처 : 따님이 기가 세요 / 하말넘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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