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몰랐어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지조차 모르며 살아갑니다.
2025년 설날연휴를 진하게 쉬고 나오니 나를 맞이한 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일들이었다. 그나마 금요일도 출근했지만 병원예약이 되어있어 정말 급한 일들만 빠르게 골라서 쳐내고 병원으로 도망치듯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맞이하는 월요일이었다. 정말 출근하기 싫었다. 가면 화장실 갈 시간도 쪼개고 쪼개어 모니터를 노려보아야만 할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정말 모니터를 노려보고 마감을 쳐내다 보니 벌써 어둑어둑 어둠이 찾아왔다. 나의 퇴근시간이 찾아왔음에도 컴퓨터를 끌 수 없었던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건 눈을 꽉 감았다가 뜨고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 일을 해냈다. 해내다 보니 1시간 30분이 훌쩍 흘러가있었다.
아 맞다. 하원
남편은 밤늦게까지 야근이 확정이라고 하여 오늘은 내가 하원을 담당하기로 했다. 지금 출발해도 7시 정도에 도착하는데 늦어버린 하원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러시아워는 왜 이렇게 심한지 해본 적은 없지만 나도 저기 저 앞에서 칼치기로 들어가면 어떨지 상상을 해본다. 상상만 해본다. 저 많은 차들은 언제 빠질까?라고 생각을 하다 보니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천천히 빨간불빛들이 깜박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어린이집 앞에서 초인종을 "띵동"누르며 마음속으로 '제발! 아이가 혼자 있지 않기를!'간절하게 바랬다. 등원도 일찍 했는데 하원도 꼴찌로 하면 속상한 마음은 부모가 되어서야 잔잔하게 아려온다. 아쉽게도 아이는 나를 보며 방긋 웃고 신발장에 보니 우리 아이 신발만 덩그러니 남겨져있다.
괜찮다! 매일 있는 일은 아니니까......
집에 와서 아이와 밥을 차려먹고 과일까지 후식으로 나눠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한다. 아이 간식을 준비하며 남은 사과를 입에 배어 물곤 문득 엄마 생각이 난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부모에 대한 이해도가 점차 넓어진다. 그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스르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엄마의 사랑을 느껴본다. 과일을 접시에 잘라서 내 책상에 올려주었던 그 순간, 그게 사랑이었음을 이제야 안다.
*첫 문장 출처 : 기록이라는 세계/작가 : 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