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임신 괜찮은데?

누가요 제가요?

by 서리

이성이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꾹꾹 참았던 물줄기를 칼로 잘라냈다. 이내 눈물이 터진다.


아 힘들다


남편의 야근 연속 그리고 주말 이틀 동안 아버님 일 도와드리기


그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냥 출근하고 퇴근하고 밥 차리고 먹이고 씻고 재우면 하루는 시스템 종료이다. 차라리 체력이 있었으면 뭐라도 할 텐데 나의 체력은 뚝 떨어져서 그냥 퓨즈를 내려버린다.


일요일 저녁, 적어도 남편이 저녁 7시엔 들어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정리를 하고 있고 미안하다며 밖에서 밥을 먹자고 하였다. 밥을 이미 차리고 있어서 한차례 거절했으나 그의 미안한 마음을 고기로 대신하려는 걸 알기에 알겠다고 준비를 했다. 아이는 옷을 입기 부하며 짜증을 낸다. 시도하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그냥 아버님이랑 밥 먹고 들어오고 내가 애랑 밥 먹을게"


전화를 끊고 밥을 먹이다가 애한테 화를 낸다


"장난칠 거면 먹지 마."



애 표정을 보면서 내가 무슨 말을 뱉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불이 꺼진 어두운 방에 들어간다.


뿌엥 저항 없이 터져버리는 눈물


침대에 누워서 그냥 짜증 나서 이것저것 메모장에 적어본다. 그냥 모든 사람이 이해되는 것도 싫다.


남편은 혼자 일하시는 아버지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

아버님은 토요일만 요청하였으나 일이 생각보다 커서 남편을 일요일에 부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체력이 떨어진 임산부엄마랑 노느라 주말이 지루했다.

임산부는 평일 내내 이미 회사에서 에너지를 쏟고 돌아와 아이를 케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일요일 저녁엔 좀 쉴 거라 기대했으나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 엉엉 우는 나를 보며 아이는 뭘 아는 건지 이렇게 말한다.


미안해 미안해


이 또한 지나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오늘따라 감정은 조절되지 않는다. 둘째를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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