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 좋습니다.
무엇이 그리 바빴냐고 물으신다면, 신체능력이 좋은 4살 남아를 감당하기에 워킹맘 임산부의 체력은 10km를 뛰고 온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매일이 도전인 것만 같다. 아침에 끄적이면서 적던 글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자연스럽게 놓아버렸다. 회사에서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썼을 때, 퇴근 후 누워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상은 낯설지가 않다.
예정대로였다면, 나는 내일(4/21)부터 휴직을 하려고 했다. 안타깝게도 최선을 다해서 3주를 인수인계를 했건만 그분은 일이 맞지 않는다며 퇴사하시겠다고 하셨다. 나의 상황(휴직 일주일 전)만 놓고 본다면 참으로 안타깝지만 나 역시도 한 달 다니고 일이 맞지 않아 퇴사한 경험이 있기에 그분의 선택을 존중한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예정대로 회사를 그만 나갈 것인지, 회사와 이야기를 해서 다른 베네핏을 받고 인수인계를 다른 사람에게 하고 나갈지 등 말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에 업무의 범위는 넓지만 내가 하는 일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결국, 다른 사람이 온다고 해도 내가 휴직을 들어간다고 해도 나에게 연락이 아주 많이 올 것임은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다시 조율한 일정은 5월 16일이고 워킹데이로 17일이다. 이 중에서 이틀 연차를 사용할 것이어서 제외하면 15일이므로 꽉 채운 3주 정도이다. 또 2시간 단축근무를 하니 어떻게든 버틸 만은 할 것 같다. 다만, 6월 초 출산을 앞두고 있으니 몸이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임신을 해서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두 번 겪어보니 둘째는 더더욱 쉽지 않다. 연차는 아이를 위해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나를 위해 연차를 쓰고 쉰다는 것도 쉽지 않다. 활동적인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면 주말에 만보를 넘기 일쑤이다. 안정을 취하라는 초기임산부일 때도 결국 의사 선생님이 교과서처럼 말씀하신 안정을 취할 수 없었다.
임신 후 제도들도 마찬가지이다. 단축근무, 연장근무 법적금지,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임산부 그리고 아이 있는 가정을 위한 제도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모든 것을 당연하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묵묵하게 나의 하루를 살아간다. 임신기간에 나의 성장이 멈춘 것만 같아서 슬플 때도 있다. 하지만 나만의 방법을 찾고 있다. 출근해서 감사일기 5개 쓰고 하루를 시작하기, 퇴근 후 책 한쪽이라도 읽기, 점심시간에 옷장에 두꺼운 매트와 인형을 구비해 두고 누워서 허리 스트레칭하기,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아이가 놀 동안 책 한 장 읽고 생각하기 등은 임신 몇 개월 동안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나도 모르게 부정적 생각이 많이 올라오고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멈추지 말고 작지만 나를 위한 시간들을 채워나가면서 하루 한걸음이라도 나아가본다.
거창한 꿈일지 몰라도 지금 내가 출근하는 것이 내 주변 동료들에게 임산부에 대한 부정보다 긍정이 많이 남아있길 바란다. 가정과 회사가 양립하는 제도들을 사용했을 때, 좀 더 나아진 상황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