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깡패같은 신입직원]

착장이 중요해.

by 교차로 노동자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남자는 상황에 따라 입을 옷 한 벌 정도는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동의했다.


사람이 평소에는 후줄근하게 입고 다녀도 결혼식, 장례식 등 예식이나 면접, 첫 데이트 등 특별한 날에는 그래도 깔끔하고 평소 잘 입지 않은 옷으로 '나는 준비를 했습니다'라는 일종의 격식을 표현해 줘야 한다는 생각은 아버지와 일치했다.


딴딴딴 딴딴딴딴-


화장실에서 앉아 숏츠를 보던 나에게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가 울리고 있다.


"여보세요?"

"아! @@ 씨 맞죠?"


연락이 온 곳은 얼마 전 우연히 구인 사이트에서 보고 지원한 집 근처 딱 하나(사실은 지역에 딱 하나 있는) 있던 교육문화콘텐츠 회사.


"서류전형에 합격하셔서 면접 진행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후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직업으로 취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바로 집 근처 직장이 아니던가.


"나이스."


그리고 면접날 당일.


약속한 시간보다 15분쯤 일찍 도착해 주변 버스정류장에서 나름의 긴장을 풀고 있었다.


정류장에서 왼쪽으로 1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옛날 적벽돌 건물.


내가 살던 동네는 어린 시절부터 문화생활을 누릴 곳이 없었다. 유일하게 또래친구들과 자주 가는 곳이 서점이었는데 나 또한 초등학생 때까지 그곳에서 가끔 만화책이나 문제집 등을 사본 기억이 있었다.


그랬던 서점이 3층짜리 복합문화공간 카페이자 교육문화콘텐츠 회사로 변해 있었다.


옛 서점이 변한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걱정이 밀려왔다.


'근데 나 면접 잘할 수 있을까?'


졸업식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입은 검은정장은 그 사이 더 푸짐해진 나를 품기에는 그릇이 작아졌다.


'넥타이까지 매면 너무 숨 막혀 보이지 않을까?'


'요즘 유행은 노타이(No-tie) 안 해도 문제없겠지, 오히려 깔끔해 보일 수 있어.'


옷이 계속 신경 쓰였지만 딱히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면접을 보러 들어가려고 했다.


흔들흔들.

문고리를 잡아당겨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카페 오픈시간을 보니 면접시간 이후였고, 당황한 나는 면접 담당자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다.


"도착하셨군요, 연락 바로 주셨으면 내려갔을 텐데.. 지금 내려가겠습니다!"


얼마 뒤 담당자가 문을 열어주었고, 안내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가 면접을 진행하기 전 잠시 혼자 대기하고 있었다.


'벌써 10분째인데..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지?!'


가마니가 된 기분으로 궁금증이 커질 때쯤 담당자와 대표라는 사람이 함께 내려왔다.


"안녕하세요! 대표 @@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네! 안녕하세요 @@이라고 합니다!"


"전화드렸던 저는 @@ 팀장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면접은 자연스럽게 4년제를 그만두고 전문대에 다시 간 이유, 동아리 회장 시절 이야기, 어찌 문화기획을 하고 싶은지 등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뒤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면접을 보는 사이 어느새 여직원 두 명이 나를 보러 와 자기들끼리 웃으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음료 아이스 아메리카노 준비했는데 괜찮으시죠?"


웃는 얼굴의 여직원이 나에게 커피를 내주었다.


사실 나는 커피를 안 마시지만, 면접 보러 온 주제에 이것저것 가리는 태도는 보일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이후 면접 말미에 내 착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근데 @@씨 옷이 불변하지 않으세요?"

대표가 말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대답을 들은 대표와 팀장은 서로 마주 보며 웃기 시작했다.


"아 죄송해요, 저희 회사 면접 때 이렇게 정장 입고 오신 분들이 없어서 ㅋㅋ"


팀장의 말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면접 때 편하게 오셔도 되는데, 전에 어떤 분은 운동복에 슬리퍼 신고 오신 분도 있는데"


"그니께 @@씨가 좀 덩치도 있고, 무섭게 보이네ㅋㅋ"


?


'그게 맞나?'


면접 때 운동복에 슬리퍼라니 그게 맞는 착장인가?

가치관에 혼란이 왔지만, 이 회사가 어떤 곳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편한 회사구나 괜히 쫄았네.'


이렇게 나의 B급 선택지 중 하나를 기록했다.


둘.


면접 통과 후 회사에는 깡패 같이 생긴?! 신입이 출근한다는 소문이 퍼졌고, 나는 조폭 출신이 아닌지 사수와 동료직원들에게 수차례 검증을 받아야 했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착장은 앞선 '그들과' 같은 선택지를 걸었다.


'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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