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직장인 0씨
3천만 원이 필요했다. 사회 초년생에게 3천만 원이라는 돈은 크다. 83만 원씩 3년 적금을 넣으면 약 3천만 원이 된다. 그 당시 나는 결혼 자금 3천만 원을 모으기 위해 적금을 들고 있었다. 양복을 입고 출근해야 해서 계절마다 정장을 할부로 샀다. 생활비, 카드값, 적금을 빼면 남는 게 없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오피스텔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싶었다. 아니다. 나만의 공간의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한 달에 2번 독서 모임을 제외한 28일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3천만 원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보증금 2천만 원 월세 60만 원(관리비 포함) 오피스텔에 들어갔다. 보증금을 내고 남은 1천만 원은 가구와 비품 등을 샀다. 그리고 이때부터 회비를 1회 1만 원 받기로 결심했다. 10명씩 격주에 한 번, 한 달을 운영하면 20만 원이라는 돈이 생겼다. 이 돈을 월세에 보탤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오피스텔을 고를 때 기준이 있었다. 번화가 대로변에 위치할 것, 깔끔하고 넓을 것. 그 사유는 이렇다. 처음 커뮤니티 참여자의 마음은 어떨까? 낯선 사람을 본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골몰길 다닥다닥 붙어있는 원룸촌으로 오라고 하면 무서운 마음이 들 것 같다. 다단계, 사이비종교에서도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순진한 사람들을 현혹하는 세상이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대로변에 뛰어나갈 수 있다는 안심을 주기 위해 대로변 세대수가 많은 오피스텔을 구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모임이 끝나면 사진을 찍어서 꼭 SNS에 올렸다. 우리 커뮤니티에서는 사람이 실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놀랍게도 커뮤니티가 커졌다.
처음 토요일 10시 격주로 모임을 진행했다. 모임 사진을 올린 이후로 커뮤니티에 참가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토요일 1시 모임을 만들었다. 얼마 안 가서 토요일 오후 5시 모임이 생겼다. 이것도 모자라 일요일에도 오전, 오후 모임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기뻤다. 1회 1만 원의 회비를 받는데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회비를 받으며 더욱 책임감 있게 독서 모임을 준비했다. 5개의 모임 평균 30명, 한 달에 60만 원이 생겼다. 딱 공간 운영비를 벌 수 있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남은 날들을 이용할 수 있는 아지트가 생겼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켰다. 가진 건 없었지만 무언가 이뤘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넘쳤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모임을 준비하는 데 일주일이 걸린다. 퇴근 후 책을 며칠간 읽어야 했다. 책을 읽고 난 후 질문지를 만든다. 회원들에게 질문지를 보내주고 모임에 필요한 다과와 비품을 준비한다. 토요일, 일요일 하루 종일 모임을 진행한다. 몸에 에너지가 다 빠진다. 커뮤니티 운영 때문에 주말에 여행을 가는 것도, 결혼식장에 가는 것도 어렵다. 내가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시작한 커뮤니티인데,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봤다. 이대로는 안 된다. 나와 함께할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