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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질투가 나서 계약했습니다.

직장인 N잡러 0씨

by 공북살롱


[질투가 나서 계약했습니다]


직장인이 상가를 임대해 무언가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직장인이라는 정체성과 생각의 틀을 깨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이야기하고 만나는 사람은 직장인이다. 자연스럽게 직장인 마인드로 살아간다. 자영업자의 삶이 어떤지 모른다. 주변에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더욱 그들의 삶은 미스터리다.


미생에 나온 유명한 말이 있다. “회사는 전쟁터, 밖은 지옥”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야망도 없고 큰 목표도 없었다.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고 취미로 독서 모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사회 초년생 때 나의 꿈은 60살이 되기 전에 빚 없는 4~5억 자가 아파트, 6천 정도 자차, 금융자산 3억 정도만 있다면 만족할 만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욕심을 조금 더 내서 10억 정도만 있으면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2017~2019년 부산에서 괜찮은 30~40평대 아파트를 4~5억이면 살 수 있었다)


독서 모임을 하며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나는 대출금 3천만 원과 적금 3천만 원밖에 없었다. 아내가 모은 4천만 원, 총 7천만 원과 대출금을 합쳐 아파트 전세에 들어갔다. (아내가 나보다 더 많이 모아왔다.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다) 한 달 한 달 월급을 모아 가전 가구 할부를 갚아 나갔다. 아내도 정년이 보장된 병원에서 일을 했다. 우리는 서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으니, 월급만 모으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잘 살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는 전쟁터보다 지옥을 택했다. 즉 자영업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나는 호기롭게 아내에게 말했다. “월세만 벌어도 괜찮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지!” 그렇게 아내는 사장님이 되었다.


나는 아내에게 질투가 났다.


손재주가 좋았던 아내는 떡 케이크를 팔았다. 공간도 아기자기하게 이뻤다. 30평이라는 크기의 공간. 그 공간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났다. 매일 아내가 작업하는 공간을 쓸고 닦고 광을 낼 수록 내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공간은 초라해 보였다. 정말 축하하지만, 질투가 나는 느낌을 아는가? 마치 산타클로스가 한밤중에 아내에게만 선물을 주고 간 느낌이었다.


안 되겠다. 더는 참기 어렵다. 나도 30평대 넓은 공간을 꼭 얻어야겠다. 평소에 무언가 사고 싶고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나라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자 상가를 계약하겠다는 나의 모습에 아내도 놀랐을 것이다.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고 했던가, 덜컥 상가 계약을 해버렸다. 직장인이 간도 크게 매달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월세로 내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커뮤니티 회비로 월세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내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가 다른 취미 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담배도 피우는 것도 아니고 따로 돈 쓰는 게 없다. 최대한 커뮤니티 회비로 월세를 내고 부족한 돈은 월급으로 내겠다. 취미 생활한다고 생각해 주면 안 될까?” 그렇게 꿈에 그리던 상가에서 독서 모임을 진행하게 된다.


2020년 4월 오피스텔을 정리하며 들어가 있던 보증금으로 상가 보증금과 권리금을 냈다. 그리고 부족한 물품을 샀다. 또 3천만 원이 들어갔다.


2020년 4월 오피스텔을 정리하기 전 알베르 카뮈 <페스트>를 읽고 독서 모임을 진행했다. 코로나가 설마 1년 이상 가겠냐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메르스, 사스처럼 몇 개월이면 끝이 날 것 같다. 그래도 마스크 잘 쓰고 조심하자고 이야길 나눴다. 다음 달부터는 새로운 공간에서 독서 모임을 진행한다고 했다. 공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회비를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더 좋은 환경에서 독서 모임을 한다는 것에 회원님들도 이해해 주셨다. 그만큼 책임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열심히 모임을 준비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2020년 12월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생겼다. “에헤이 조졌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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