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직장인 0씨
푼돈 벌자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 회원들이 커뮤니티 모임 당일 모두 불참하게 되면 정말 기뻤다. 주말을 다르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쉬기도 하고 아내의 일을 돕기도 했다. 추가로 회원 한 분이 들어오면 월세에 얼마나 보탤 수 있는지, 노력 대비 수익이 얼마나 나는지 계산하기에 바빴다.
나의 바뀐 모습을 회원들은 귀신같이 알아챘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과 행동을 통해 알아챈다. 그렇다. 소비자는 진정한 귀신이다. 당신이 음식을 먹으러 가게에 들어간다면 바로 1초 만에 알아차릴 것이다. 당신이 들어간 곳이 장사가 잘될 곳인지 망할 곳인지. 종업원, 사장님의 표정과 말투에 에너지가 있는지 귀찮은지, 적극성을 가지고 응대하는지, 청결하고 소품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갔는지 딱 보면 안다. 재료를 아끼려고 노력했는지, 하나라도 더 제공하려고 마음 썼는지 먹어보면 알게 된다. 그러한 평가를 거쳐 남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인지 두 번 다시 가고 싶진 않은 곳이 되는지 판단한다. 후자가 된다면 조만간 그 가게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내가 꼭 그 꼴이었다. 나의 썩어빠진 마음으로 인하여 한 명씩 커뮤니티를 떠난 것 같다. 나 같아도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회비를 내고 참여하지 않을 것 같았다. 현재 함께하고 있는 회원들은 무슨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는 걸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솟았다.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다. 정부에서 나 같이 집합 금지를 당한 업종에 지원금이 나오게 된 것이다. 약간의 지원금으로 월세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숨이 쉬어졌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나의 현실을 돌이켜 봤다. 그놈의 돈 돈 돈. 돈타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결국은 돈이었다.
더는 커뮤니티 운영을 돈으로 생각하지 않겠다. 그리고 나의 돈 그릇을 더욱 키우겠다. 커뮤니티를 통해 들어오는 돈은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사람과 커뮤니티를 함께 운영해 주는 분들을 위해 환원하겠다. 커뮤니티를 만들 때 가졌던 나의 발전과 성장과 보람찼던 감정에 집중하고 내가 느꼈던 감정을 함께하는 모든 분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생각은 깊어지고 마음은 넓어졌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커뮤니티가 단단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