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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서 와 회사 밖 지옥은 처음이지

N잡러 직장인 0씨

by 공북살롱

매월 100만 원의 생돈이 날아갔다. 독서 모임으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는 조금이라도 가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 2020년 11월 공간 임대 사업자를 냈다. 연말 특수성으로 신기하게 대관 예약이 들어왔다. 아내와 나는 드디어 적자를 벗어난다며 박수치며 기뻐했다. 그런데 한 달 뒤 2020년 12월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생겼다. 프로스펙트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이득보다 손실에 민감하다고 한다. 대관을 위해 받았던 돈을 모두 물려줬다. 어린이날 원하는 선물을 받았는데 누군가에게 빼앗긴 것처럼 허망하고 황당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건물주에게 월세만 꼬박 내는 정말 값비싼 취미생활이 되었다. 그래서 조물주 위에 갓물주라는 말이 나왔던 걸까? 취미생활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어떻게라도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 회원을 모으고자 전전긍긍했다. 온라인 모임을 진행할 때는 회비 이상의 가치를 주고 있는지 고민했고, 오프라인(4인 이하)으로 모일 때는 코로나로 사람들이 잘못되지 않을까 마음이 조렸다.


새벽 3시 일터로 나갔던 아내, 바쁠 때는 공방에서 소파에서 쪽잠을 자며 3일간 집에 들어오지 못했던 아내, 나는 그런 아내에게 피터팬 같은 남편이었다. 한 명은 죽자 살자 열심히 돈을 벌고 있는데, 한 명은 꿈과 이상을 좇아 돈이나 까먹고 있으니 말이다. 자괴감과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눈치가 보인다.


회사는 잘했든 못했든 한 달이 지나면 월급이 나오는데, 회사 밖은 열심히 몸을 갈아 넣어도 적자가 될 수 있었다. 잘되는 사람은 끝없이 날아가고 안되는 사람은 바닥을 뚫고 지하로 추락한다. 마치 코인 시장 차트 같았다. 그래서 회사는 전쟁터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는지 생각했다.


주변에 수많은 독서 모임이 문을 닫았다. 커뮤니티 회원이 반 이상 줄었다. 함께했던 리더들이 정말 고생이 많았다. 리더들에게 봉사활동을 받는 수준으로 도움을 받았다.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모임을 진행하려 노력했다.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 한다. 주중에는 커뮤니티를 준비했고 주말에는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한 달 열심히 커뮤니티를 운영해서 20~30만 원 정도가 주머니에 들어왔다. 월세와 커뮤니티 운영비를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부족한 것은 월급으로 메꿨다.


독서 모임을 하지 않는 주말에는 새벽에 일어나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갔다. 함께 일하며 아내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벌고 있는지 몸소 느낀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게 옳은 일인가 싶다. 커뮤니티에 신경 쓰고 노력하고 에너지를 쏟아붓는 방향을 아내가 하는 일을 돕는다면 돈도 돈이지만 아내가 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의 욕심으로 우리 가족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게 아닐지 고민했다. 그렇게 조금씩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식어갔다. 이런 나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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