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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Jan 09. 2024

괜찮아, 엄마.



To do list를 보기 위해 폰을 켰는 데 마침 울리는 인스타알람. 무심코 눌렀다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요물 같으니라고.


그때 영상 하나가 날 사로잡았다.


"ㅇㅇ아, 너가 낮잠이불에 쉬야를 해도 아빤 널 사랑하고..."

아빠가 딸에게 끊임없이 사소한 이유를 대며 사랑한다고 말하자 딸이 아빠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가 날 지켜줘서 사랑하고 아빠가..."

딸도 끊임없이 사소한 이유를 말하며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했다.


딸을 바라보던 아빠는 울컥하며 아이를 끌어안았고 둘은 따뜻하게 감정을 나누었다.



괜스레 나까지 뭉클했다. 이내 냉정하게 폰을 끄고 일어섰다. 이제 내 딸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곧 유치원방학이다. 유치원은 방학기간임에도 아이들을 스케일을 조금 줄여 돌봐주는 시스템이 있다. 맞벌이 부부입장에서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중 선생님들의 휴식을 위해 통째로 쉬는 휴원이 며칠 있다. 바로 내일처럼.


그래서 오늘은 시댁에 아이를 데려다 두기로 했다. 어머님이 내일 온종일 아이와 함께 해주시겠다고 흔쾌히 말씀해 주셨다.


"엄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내가 일찍 데리러 온 것만으로도 아이는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눈에 띄게 씰룩거린다.


"세아, 할머니 집 데려다주려고."

"진짜? 앗싸~"


할머니집 갈 생각에 엉덩이가 절로 씰룩거리는지 온몸을 가만 두지를 못 한다. 그렇게나 좋을까.


아이의 안전벨트를 하고 차를 천천히 출발시켰다.

쫑알쫑알 하던 딸아이가 갑자기 내 눈치를 봤다.


"할머니도 좋지만 엄마도 좋아. 아빠도 좋고. 나는 우리 가족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갑자기 아까 봤던 영상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공주, 엄마는 세아가 밥만 잘 먹어도 그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워. 세아가 엄마한테 이쁘게 말해줘서 사랑하고 엄마를 꼭 안아줄 때도 사랑하고..."


나의 사랑해 퍼레이드가 끝나고 나는 백미러를 흘깃거렸다.

딸아이의 표정이 씰룩거리던 아까 그 엉덩이 같다.

아이의 표정까지 봤더니 내심 기대감이 상승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엄마..."

"응~ 왜~?"


"근데, 정채원 엄마는 채원이가 사달라는 거 다~ 사준다? 정채원 엄마는 정채원을 진짜 엄청 많이 사랑하나 봐, 그치?"


순간 핸들을 삐끗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핸들이 아니라 내 멘탈이 삐끗한거겠지만.


"응? 채원이엄마는 다 사줘?"

"응. 정채원엄마는 진짜 다 사줘. 채원이가 사달라 하는 거 전부 다. 엄마도 나를 사랑하지만 엄마는 내가 사달라는 거 다 사주지는 않지.  사랑하지만 안 사줄 수도 있는 거지, 그치?"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익숙하던 길까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엄마도 가끔은 사주잖아."

"아니야. 엄마는 잘 안 사줘. 그렇지만 괜찮아."


병 주고 약 주는 딸아이의 말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한겨울에 땀이 삐질 났다. 내가 잠시 말이 없으니 아이는 이어 말했다.


"엄마, 근데 나는 진짜 괜찮아."

"엄마가 잘 안 사줘도?"

"응. 엄마가 내 엄마잖아. 나는 가족을 제일 사랑한다고요.

아까 말했잖아요. 괜찮아, 엄마. 그래도 나는 엄마를 최고 최고 사랑하니까. 아빠도. 오빠도."


많이 돌고 돌아서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간 것 같긴 한데... 이거 내가 많이 말려든 것만 같다.


알고 보니 이 녀석 밀당의 귀재인 건가.


엄마가 많이 사랑해. 많이 사주진 않지만 그렇다고 널 사랑하는 마음이 적진 않아.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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