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에 이불 밖으로 나오기가 싫다. 배고프다는 딸아이가 내 팔을 잡아끌고 나서야 이불 밖으로 한 발 내디뎠다.
문제는 벌써 8시가 지나고 있다는 것.
할 일도 많은 데 춥다는 핑계로 미적거렸던 10분이 후회되는 순간이다. 배고프다는 아이는 밥이 먹고 싶다 한다. 시간은 없고. 내가 하질 않았으니 밥솥은 열어볼 필요도 없다.
평소 나는 먹는 걸 참 좋아하면서도 일상이나 일에 있어선 가장 후순위로 두게 된다. 그게 참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걸 알면서도.
"세아야, 유치원 가면 금방 죽 먹을 텐데, 오늘은 그냥 가면 안 돼?"
역시 제 습관 남 못 준다. 배고프다는 어린 7살 딸에게 참으라 하는 가혹한 엄마가 나 말고 또 있을 까.
"엄마, 원래 아침은 먹어야 되는 거야. 밥을 안 먹잖아? 그럼 배가 고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래서 밥은 꼭 먹어야 되는 거야. 김혜진 선생님도 밥 안 먹는 친구들은 몸이 일을 안 해서 키도 안 큰다고 그랬다고."
흠칫, 쿠쿡 찔리는 양심에 아이의 얼굴을 돌아봤다.
집게손가락을 하늘로 세우고서 7살 인생의 가장 근엄한 표정으로 나를 나무라고 있었다.
"그럼, 시간이 부족하니까 김밥은 어때? 유치원 가면서 사줄게."
"나 김밥 너무 좋아!"
언제 그랬냐는 듯 7살의 꺄르르한 웃음이 번지는 얼굴에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세아야, 엄마가 밥 안 줄려고 해서 미안해. 엄마한테 그런 중요한 사실을 알려줘서 고마워."
"괜찮아. 엄마라도 모를 수 있지. 나는 김혜진선생님한테 배워서 아는 거야. 이제 엄마도 알겠지?"
이 아이가 내 아이라는 것에 감사한다.
엄마의 어리석은 판단과 행동에 개의치 않게 자신의 의견을 내는 이 아이에게서 오늘도 나는 배운다.
사람은 밥을 먹어야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밥 먹고 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