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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Feb 17. 2024

엄마들이 살찔 수밖에 없는 이유


"엄마, 키즈카페는 3학년부터 입장 못 하는 데 이제 곧 3월이야. 내게 이제 기회가 얼마 없어. 오늘 키즈카페 가면 안돼요?"


아들의 논리적인 설득에 주섬주섬 챙겼다.

못다 한 독서를 할 생각에 차라리 잘 됐다 하며.


늘 가던 집에서 가까운 그곳으로 향했다. 하필 2월간 내부공사로 휴무안내가 붙어있었다.


고민 끝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가격대가 있다고 어디선가 주워들은 그곳으로 향했다. 키즈카페는 원래가 가격대가 좀 있고 보통 외부음식 반입이 안된다. 음식값으로 장사하나 싶을 정도로 음식값의 가격이 있는 편이다.


뭐, 나의 자유에 대한 값이니 각오하고 가야지.


자유 앞의 설렘, 약간의 돈 걱정과 함께 키즈카페로 들어섰다. 가격대가 있다 보니 입장하는 데만 45000원을 지불했다. 그래도 보통 이 정도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다른 곳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 눈이 휘둥굴 해질 정도로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컸다. 신난 아들은 한 마리의 닌자가 되어  온 매장을 들쑤시고 다녔다. 소녀 같은 딸은 조명이 수십 개는 박힌 메이크업룸에서 비명까지 질렀다.

그래, 너희가 좋으면 됐다. 오길 잘했...


"엄마, 여긴 처음이라서 엄마랑 같이 다닐래. 무서워."


딸의 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내 자유시간을 위해 각오한 비용이기도 했는 데... 안녕, 독서여.


아이에게 투명 메이크업을 받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블로그에 올리자. 소재로라도 써야지. 어떻게든 활용하자.


꼼꼼히 구석구석 아이들과 놀면서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활동성 많은 아들은 큰 규모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아주 액션영화를 찍었다.


이렇게 온몸으로 아이들이 놀다 보니 금방 배고파지는 건 당연하다.


음식 주문창구로 가서 메뉴판을 보던 나는 날 보던 점원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표정을 숨기지 못했나 보다.


아이들에게 다 놀고 나가서 먹자고 했다.

 "나 너무 배고프단 말이야."


첫째의 배고픔엔 늘 약해진다.

또래보다 많이 마른 아이고 작은 아이기에...


"그럼 우리 다 못 먹을 것 같으니까 하나시켜 나눠먹을까?"


21일 출판사 유튜브촬영 일정이 잡혀있어 눈에 띄는 다이어트는 못해도 그때까지 식단관리정도는 예의상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엄마들은 알다시피 아이들은 지금 못 먹으면 죽을 것처럼 굴어도 몇 입 안 먹고 금세 배부르다던가 그만 먹고 싶다고 하기 십상이다.


나의 제안은 아이 둘의 싸움으로 번졌다.


"치킨 먹을 거라고."

"나는 크림떡볶이 먹고 싶단 말이야!"


그래... 내가 어리석었다.

아이들은 양보와 배려, 협의가 어렵다.

물론, 내 아이들만 그럴 수도 있다. 크흡.


결국 둘 다 주문하고 콜라까지 얹었다.


생각보다 양이 적진 않았다. 그래서 가격대가 있는 건가.



냠냠 두 녀석은 참 잘도 먹는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진짜 맛있는지 둘 다 연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맛있다며 소리 질렀으니까.


그런데 오래가진 않았다.


" 엄마, 배불러. 놀다가 와서 또 먹어도 돼요?"

역시 첫째는 치킨 세 조각에서 포크를 내려놓았다.


둘째는 크림떡볶이 소스는 맛있는 데 떡은 별로라며 피클만 소스에 연신 찍어먹었다.


마인드 컨트롤... 후우...


아이들 둘이 놀다가 와서 또 먹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아이들이 남긴 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29000원짜리 음식에서 한... 5000원 치는 먹었을까..?


나는 진짜 식단을 위해 참고 있었다. 확실하다.

그런데 감자튀김 한조각도, 떡하나도, 심지어 서비스로 추가받은 피클하나까지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들을 내버려 두고 갈 수야 없지.


비장하게 포크를 집어 들었다.

어제 내게 맥주 먹으며 과자라도 먹으라고 권했던 남편에게 톡을 남겼다.


"다이어트는 다음 생에 해야 될 듯."




#키즈카페 #키즈스페이스목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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