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아침이 지났다. 청소기를 제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숨을 고르며 책상에서 발견했던 아이 그림을 손에 들고 침대 맡에 잠시 앉았다.
삐뚤 삐뚤 하지만 이제 그래도 한글을 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자조차 그리던 아이였는 데.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자신도 모두 한쪽 눈이 없다. 우리가 아이만 보면 요구해서인 걸까. 아이는 모두의 눈을 윙크로 그렸다. 이래서 '그림은 그 사람에게 영향주는 요소를 품고 있다.' 한 걸까.
괜스레 자꾸 눈이 가는 그림이다. 청소할 때까지만 해도 아이의 많은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스러웠다. 유치원생 아이에게서 나오는 성취결과물은 이렇듯 늘 나를 시험한다. 버리기엔 죄스럽고 품고 가기엔 자꾸 새끼를 까는 건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고민 끝에 거실 선반 위 작은 가족사진 옆에 세워두었다.
자꾸 눈이 가니까 어쩔 수 없지.
가만, 왜 다 왕관인데 나만 리본이지?
다들 다리가 아주 롱다리다.
허리가 완전 개미허리네.
다이어트해야겠다.
마지막에 있는 하트가 마치 우리 가족을 대표하는 것 같아서일까. 앞으로도 지나갈 때마다 시선을 그림에게 빼앗길 듯하다. 썩 마음에 드는 인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