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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May 08. 2024

내 사랑을 받아줘.


며칠 전부터 아들이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짬을 내서 픽업을 해주기로 마음먹고 나니 가능해진 일.


오늘도 어김없이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로 차를 몰았다. 폰이 없는 아이가 행여나 엇갈릴까 늘 조금 일찍 서두른다. 가는 곳마다 신호가 날 파랗게 맞이했다. 덕분에 평소보다 더 일찍 도착한 나는 하늘도 한 번 보고 나무도 한 번 보고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도 바라보았다. 무료해질 즈음 폰을 꺼내 쿠팡을 눌러 이것저것 뒤적였다.


남편이 물이랑 또 뭐가 없다 했더라.


[똑똑]

흠칫 놀라 창문을 보니 아들이 개구진 미소로 서있다. 창문을 내렸다.


"아들, 오늘도 고생했어. 얼른 타. 문 열려있어."

"네. 근데 엄마 잠깐 눈감을 수 있어?"


우리 집 아이들은 늘 기쁜 일을 더 기쁘게 전하기 위해 눈을 감게 지시한다. 가령 밥을 다 먹고 나서 눈을 감게 한 뒤, '짜잔'을 외치며 빈 밥그릇을 내민다던가.


어버이날이라 뭘 또 만들었나 보네.


아직 보지도 못했지만 내 입꼬리는 씰룩거리고 있었다. 아직은 이런 아들에게 설렌다.


[탁]

문 닫는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떴다.


"내 사랑을 받아줘!"


등 뒤에서 거대한 카네이션을 꺼내 내밀며 아들이 소리쳤다.


이런 건 다 어디서 배웠나 몰라.


가늠하지 못했던 꽃 크기 때문인지, 가늠하지 못했던 아들 목소리의 크기 때문인지 깜짝 놀랐고 이내 미소와 폭소를 터뜨렸다. 내 반응에 아들은 더욱 신났다. 뒤이어 내민 작은 꽃다발카드에는 삐뚤삐뚤 엉성한 맞춤법으로 글씨가 적혀있었다.


"정말 고마워, 아들."

"이게 끝이 아니야."

"또 있어? 뭐가 이래 많대?"

"짜잔."


아들은 1000원을 내밀며 말했다.


"이거 용돈이야, 엄마. 어버이날 용돈. 선물 많으니까 엄청 좋지?"

"아들이 최고네, 정말 고마워. 엄마 아들 덕분에 진짜 행복하다."


내 말에 올라가는 아들의 입꼬리와 슬며시 반달이 되는 눈에 속으로 한마디 더 붙였다.


엄마에게 가장 큰 선물은 지금의 니 미소인 것 같아.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하게 웃어줘.

아들, 사랑해.



아이가 행복한 순간이 결국 부모가 행복한 순간이지 않을까. 분명 모든 부모가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이런 순간을 경험하겠지. 학원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을 망각하고 아이를 끊임없이 갉아먹는 시간을 보내는 부모를 마주할 때가 있다. 나는 오늘 내 아이의 이 행복한 미소를 절대 잊지 않아야지. 반드시 지켜줘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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