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탄에 쓰러진 사슴이여 >
흥분한 악마의 손에서 불을 쏘았다.
우아한 존귀의 과녁은 뚫렸으니
무참히 멸망하는 영화를 잊고
이제 하늘을 원망하거라.
겁먹은 고통을 짙붉게 토해내는
쓰러진 사시나무 거목의 모습
전신이 굳어지는 희미한 현실 속에
눈 한번 더 떠보려 마지막 혼미 하는 몸부림
비통하게 내뱉는 신음소리로
누구에게 도움을 청한단 말이냐.
너는 모른다.
허공을 타고 멀리멀리 퍼져 나가
천국에서 너의 절규를 듣는다 해도
쓰러지고 나면 도울 자 아무도 없느니
창공을 향해 뻗은 빛나는 뿔들은 지금껏
가지가지 벌어져 화려한 자태를 보여 줬지만
이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단 한 번 대항하지도 못한 채
촉각을 다투어 사라져가고 있노라.
영악한 자 입가에 띤 승리의 미소
신을 등에 업고 변명을 일삼는 자들은
이해 할 수 없는 사자였느니,
지워지는 가냘픈 숨결소리에
영혼을 슬퍼하던 바람마저 가라앉아
경의를 표하고 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