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들의 한국 이민 개척사
제1부. 이상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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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이 [제1부. 이상한 전쟁]의 이야기는 실화를 소설기법을 통해 조금도 거짓없이 그대로 기록한 것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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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느 베트콩의 눈물
“지난 번 작전은 대 성공이었다. 이번 작전을 마치고 나면 고향에서 온 편지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자, 용감한 베트남 전사 ‘턴농씨(Than Nong·神農)’의 후예들이여! 우리의 성공을 위하여, 머~이(건배)!”
투이호아 인민위원장이 작은 소리로 ‘머~이’를 외치자 동굴 안에 있는 위원장을 제외한 총 일곱 명의 베트콩 중 여섯 명이 잔을 들었다. 나머지 한 명에게 위원장이 물었다.
“Tuan, 너는 왜 건배를 하지 않나?”
“나에게는 올 편지가 없습니다. 여기서 따이한(대한민국)인지 한꾸웍(한국)인지 쌔끼들을 죽이고 나도 죽을 겁니다.”
“그래? 음... 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나?”
“부모님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고향에서 미군놈들 폭격에 돌아가셨구, 아버지는 이곳 투이호아 전투에서 항꾸웍놈들에게 전사했습니다. 이 사진을 보세요. 죽이다 못해 목까지 잘라 철조망에 매달았다구요. 난 이제 갈 곳도, 있을 곳도 없고 오로지 복수할 일만 남았습니다. 복수, 복수~!”
열아홉의 청년은 울먹이듯 분을 삭이지 못하며 적개심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희미한 흑백 사진을 들여다 본 위원장은 젊은 청년 Tuan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그리고 AK소총 한 자루와 실탄이 든 탄창 세 개, 수류탄 한 개를 건네주며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였다.
“너 Tuan과 Tong이 이곳에 남아서 우리 전사가 지나가는 길을 감시해라. 20일 후 9월 28일까지 있다가 지나가는 우리 대원과 합류해 마을로 침투해라. 그럼 건투를 빈다.”
위원장과 일행은 동굴을 떠나갔다. 남은 두 사람은 동굴 입구를 나뭇가지로 은폐시킨 다음 함께 자리에 드러누웠다. Tong이 작은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사진은 어떻게 구했나?”
“여기 와서 마을 사람한테 구했습니다. 아버지가 참가한 작전 때는 우리 측의 대승이었답니다. 한꾸억놈들은 6명이 죽고 부상자도 그 이상이었다는 군요. 그래서 화가 난 한꾸억놈들이 보복으로 아버지를 포함한 우리 측 두 명의 전사자들 목을 잘라 사진을 찍어 마을 여기 저기 뿌리고 다녔답니다. 그러기 때문에 마을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나도 그런 이야기는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지.”
Tuan은 젖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 집은 헤안성 남퉁(NGHE AN, NAM TRUNG)이라는 평화스러운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원래 농부였지요.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려 군대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밭에 나가 아버지를 돕고 있었는데, 앞마을에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앞마을에는 공장이 있었거든요. 우리는 나무 옆에 숨어 이 곳 저 곳을 살피고 있었는데, 이때 어머니 투이(Luu Thanh Thuy)가 다섯 살 배기 동생을 껴안고 방에 들어가려는 찰라, 포탄 한 발이 엉뚱하게 우리 집에 명중하였습니다. 순식간에 집이 무너지며 불이 나길래 급히 집으로 달려가 보니 동생과 어머니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부서지고 잘려져 불 속에서 지글지글 타고 있었어요. 아버지는 나의 눈을 가려주려고 앞을 가로 막아 섰지만 이미 볼 것은 다 보아 눈알이 뒤집힌 뒤였습니다.
나는 그 참혹한 광경을 본 뒤로는 낮이고 밤이고 환상이 떠올라 울고 또 울었습니다.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면서 며칠을 울었습니다. 나 보다 두 살 많은 형 덕(Vu Thi Doc)은 군대를 가겠다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아버지는 이때부터 친척집에다 나를 맡기고 베트콩이 된 것인데, 2년 후 이곳에서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이제 원수를 갚으러 여기에 들어왔습니다.”
“...”
“따라서 우리는 그놈들을 잡아 더 잔인하게 죽여야 합니다. 민병대 같으면 체포하거나 사살하는 걸로 족해요. 그들은 그토록 잔인하게 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외국놈들은 달라요. 눈을 파고 내장까지 파헤칠 거예요. 왜 남의 땅에 들어와서 무슨 권한으루 순박한 농민을... 흑흑...”
“Tuan, 네 말이 맞아, 외국놈들 죽여 쫒아내면 우리 국민들 잘 살 수 있어. 우린 쌀도 많고 지하자원도 풍부하지. 헌데 우리가 이렇게 싸우는 것도, 이렇게 못 사는 것도 다 외국놈들 때문이거든. 우리의 용신(龍神)은 언제까지나 나라를 도울 꺼야. 호치민 선생 만세!”
5. 시체의 국부를 잘라라!
이번 작전에서 청도깨비 부대가 매복을 친 3부 능선은 태양빛을 마주보고 있는데다 그늘이 없어 무척 뜨거웠다. 오후 한 시쯤 되자 한바탕 스콜(열대성 소낙비)이 지나갔다. 기온이 좀 낮아지는가 싶더니만 또 다시 태양빛이 작열하니 오전보다도 더욱 뜨거워졌다. 주위의 산기슭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는 녹슨 드럼통 뚜껑에 소낙비 물이 고여 있었다. 그러나 믿을 수 없었으므로 지 하사는 분대원들에게 먹지 말라고 경고를 하였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분대원 한 명이 더위에 못 이겨 그 물에 머리를 감았다.
지 하사는 우측 지원조 매복지점으로 가서 상황을 살피고 다시 돌아와 보니 머리 감았던 물은 거의 다 없어져 버렸다. 분대장이 자리를 뜨자 살인적인 갈증을 참지 못한 분대원들이 모두 마셔버린 것이었다. 그런데도 배가 아프다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지 하사는 뭔가 정상적이지 않게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였다. 현재 위치는 은폐하기가 쉽지 않아 날이 밝게 되면 누구에게든 눈에 띄기 쉬운 관계로 꼼짝달싹 하기에도 힘이 들었다. 두 사람씩 들어가 앉은 호 안에는 수천마리의 개미떼가 바닥을 뒤덮으며 돌아다녔다. 손바닥으로 흙더미를 쓸어내니 이번에는 가운데손가락보다 더 큰 가제 같은 붉은 벌레가 가위손을 벌렁거리며 기어 올라왔다. 맹독중의 맹독으로 유명한 기분 나쁜 전갈이었다. 나뭇가지를 집어 대가리를 찍자 재빠르게 꽁지를 올려 나뭇가지를 쏘았다. 만약 그렇게 사람을 쏘았다면 수 분 내에 의식을 잃고, 수십 분 내에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 틀림없었다.
지 하사는 소대장에게 무전을 쳤다.
“독수리, 병아리 하나(소대장님, 여기는 제1분대장.)”
“나팔 불어라(말하라)”
“대머리 환하여, 좋지 않습니다. 이상(너무 노출되어서 매복지점으로 적당치 않습니다. 이상)”
“땅 꺼지면 하자. 이상(해 지면 이동하자. 이상)”
해가 지자 어둠을 틈타 경계조 3명만 산기슭 10여 미터 높은 지점에 배치시키고 나머지는 산자락 끝으로 내려가 횡대로 정렬하듯 호를 팠다. 클레모어를 설치하는 등 진지를 모두 새로 구축하였다. 그러나 여기도 만만치는 않았다. 저녁을 먹고 나니 매미보다도 큰 시커먼 VC벌레(바퀴벌레)들이 여기저기서 날아들어 얼굴이나 모가지 등에 달라붙었다. VC벌레는 모기약도 소용없고 살갗을 뜯어먹어도 오로지 인내하며 참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어제보다 나은 것은 교대로나마 일찍 취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원들은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는 십자성 별빛을 바라보며 고향생각과 함께 잠이 들었다. 시간은 새벽을 향해 고요히 흘러가고 있었다.
달이 지고 별빛마저 사라지는 여명 속, 교대 순서에 따라 잠에서 깨어난 맨 왼쪽 호의 경계조 김 상병이 소총을 들고 주위를 살폈다. 이때 왼쪽 9시 방향 30미터 거리에 위치한 동굴 속에서도 베트콩 Tuan과 Tong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들은 기지개를 한 번 편 다음 나뭇가지로 은폐된 문을 조심스레 밀쳐내면서 주위를 살피더니 주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동굴 밖으로 걸어 나왔다. 혹시 간밤에 누가 지나간 흔적이라도 있는 지를 살피면서 5미터 쯤 걸어가더니 소변을 보았다. 정규 군사교육을 받지 못한 Tuan과 Tong은 한결 마음이 놓였는지 안전거리도 유지하지 않은 채 매복지점 앞으로 다가왔다.
김 상병은 흐릿하게나마 이들을 발견하고 숨을 죽이며 주시하고 있었다. 눈을 깜빡한 다음 다시 바라보았으나 분명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호간 신호선(호와 호 간의 신호를 위해 서로 연결해 놓은 선)을 당기지는 못하였다. 남들을 깨우기에는 주위가 씻은 듯 고요할 뿐 아니라 적의 위치가 불안할 정도로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대신 소총을 왼쪽 팔 안쪽에 걸친 다음, 떨리는 두 손으로 클레모어 격발 스위치를 살며시 잡아 쥐었다. 만약 실수에 의해 자그마한 돌맹이라도 호 주위로 굴려 떨어트리게 되면, 적은 황급히 달아나게 될 것이고 작전은 철저히 실패하고 말 것이다. 어찌 그뿐인가? 그렇게 되면 적진 깊숙한 이곳에서 위치가 탄로나 아군만 몰살당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또 다시 숨 막히는 몇 초가 흘렀다. 이제 어둠이 서서히 걷히면서 사람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할 정도까지 되었다. 이때 Tong이 잠시 바닥의 풀을 살피더니 이상 없다는 듯 무언가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Tuan도 옆에 붙어 함께 걸어갔다. 이제 두 번째 매복조를 지나 세 번째 매복조 앞 클레모어 사정권으로 깊숙이 들어서고 있었다. 인내를 거듭하던 김 상병은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소리마저 터질 듯 긴장이 고조되어 더 이상 억누를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었다. 뒤따라오는 자가 없음을 곁눈으로 확인한 그 순간, 통무우를 단칼에 자르듯 결딴을 내려 4개의 클레모어 스위치를 으스러져라 힘껏 눌러버렸다.
“꽈과광!”
새벽 산야를 산산조각 내는 듯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수 천발의 클레모어 산탄이 발사되자 두 사람은 날아가듯 쓰러져버렸다. 클레모어 폭발의 후폭풍 열기에 김 상병의 얼굴도 후끈 달아올랐다. 잠들었던 매복 대원들은 폭음에 모두 깨어나 소리가 난 전방을 살폈지만 뿌연 연기가 자욱하여 앞이 보이지 않았다. 몇 초가 지나고 연기가 조금씩 걷히자 쓰러진 두 사람의 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이때 Tuan과 함께 쓰러졌던 Tong이 갑자기 일어나 전방 10여 미터 앞에 있는 풀 무덤으로 급히 뛰어 들어갔다. Tuan이 방패막이가 되어 탄환을 맞지 않았던 것인데, 이를 발견한 매복대원들이 한꺼번에 집중사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따다다다닥! 드르르륵, 탕탕!”
하지만 이번에도 총알 한 발이 바지 주머니를 뚫고 지나갔을 뿐, 상처를 낼 만큼 정확하게 맞힌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Tong은 다급한 나머지 ‘아~ㄱ’ 하는 비명과 함께 두 손을 번쩍 쳐들었다.
“사격중지!”
소대장의 명령이 떨어지고 사격이 멈추자, 잠시 후 겁에 질린 모습으로 벌벌 떨면서 Tong이 걸어 나왔다. 김 상병이 달려가 그의 손을 뒤로 하여 얼른 끈으로 묶었다. 그 사이 3분대원들이 동굴로 다가가 수류탄을 던진 다음 동굴 안 수색까지 마저 끝내고 매복 작전의 철수를 시작하였다.
소대장을 위시한 3분대원들이 포로를 끌고 먼저 퇴각하였다. 1분대장 지 하사는 부상자를 맡아 끌고 가려고 상태를 살피니 뒤통수와 등허리에 수십 개의 구멍이 뚫려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신음소리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아 의식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허리춤의 압박붕대를 꺼내 머리를 감싸준 다음 실 강이 있는 곳 까지 끌고 나갔다. 하지만 부상자가 살아날 가망이 조금도 없는 것으로 판단한 지 하사는 행군을 멈추고 경계병을 배치한 다음 부첨병에게 눈짓을 하였다. 뜻을 알아들은 부첨병은 소총을 Tuan의 머리에 겨누었다.
“지옥으로 떨어져라, 베트콩!”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총구에서 서너 발의 탄환이 발사되면서 화약 냄새가 진동하였다. 5.56mm 굵기의 금속덩어리가 단단한 머리통의 앞과 뒤를 무참하게 관통해버리자, 신음을 멈추고 자세가 옆으로 기울면서 속이 치밀어 오르는 커다란 움직임으로 세 번을 울컥거렸다. 마지막 울컥거림은 고통의 한계를 초과하듯 무척이나 길었다.
“울컥, 우~울컥, 우~~우~~~~~울컥”
하사 지대일은 더 이상 그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말았다. 군에 입대하기 전, 어머니께서 사다주신 닭을 잡던 끔찍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때 대일은 생전 처음으로 닭을 잡아 본 것이다. 느닷없이 닭을 잡으라는 바람에 남들이 하는 대로 살아있는 닭의 양 다리를 끈으로 묶었다. 다음 날개를 뒤로 제쳐놓은 채 왼발로 밟고는 대가리를 왼손으로 힘껏 쥐고 오른손의 부엌칼로 심장을 사정없이 찔러버렸다. 붉은 선혈이 뜨겁게 뿜어져 나오고 고통을 참지 못한 닭은 있는 힘을 다해 몸부림치며 푸드득거렸다. 그럴수록 대일은 왼쪽 발에 힘을 주며 더욱 세차게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대었다. 이젠 되었겠지. 하면서 손에 힘을 뺄라치면 또다시 푸드득거리는 바람에 계속해서 모가지를 비틀고 또 비틀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쥐고 있던 손에서 닭의 체온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목숨이 끊어진 것을 알고는 손에 쥐었던 닭의 시체를 살며시 내려놓아보았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살생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에 겁이 났으며, 금방 또 다시 푸드득! 하고 날아오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장독 옆에 있는 커다란 돌멩이 하나를 닭 위에 올려놓고 나서야 손에 묻은 피를 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닭의 목은 비틀리다 못해 뼈가 부러지고 으스러져 처참하게 살 밖으로 터져 나오고 말았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목숨이 질기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야. 빨리 숨이 끊어져야 고통도 짧지.’
지 하사는 옛 생각을 멈추고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가장 큰 마지막 울컥거림이 끝나면서 축 늘어진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지 하사는 손가락으로 시체의 하부를 가리키며 김 상병에게 다음 순서를 명령하였다.
“잘라라!”
자를 곳은 남과 여를 구분할 수 있고 신체 중에서 하나 밖에 없는 부분이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는 사살 전과의 차이가 있고 신체 중 하나 밖에 없는 부분은 사살한 적의 숫자를 증명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김 상병이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는 분대장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칼이 없는데요.”
하긴 칼이 없으니 손톱이나 이빨로 뜯어 낼 수 밖에 없었으므로 당연히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지 하사는 김 상병이 메고 있는 군장 위의 야전삽을 빼내어 그의 발 앞으로 털썩 던졌다.
“이걸로요?”
김 상병은 난처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하지만 각개의 병사는 오직 명령에 따라 행동할 뿐, 거부할 자유가 없다. 작전과 전투에 관련된 판단과 명령은 책임을 짊어진 지휘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지 하사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나무라듯 입을 열었다.
“어차피 죽은 시체다. 두 시간이면 썩고 만다. 그리고 베트콩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 모습을 한 짐승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어서 잘라!”
인정 많던 지 하사의 입에서 뜻밖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놀라웠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개구리도 함부로 죽이지 못했다던 성격의 지대일이 이제는 죽은 자의 시신까지 야전삽으로 무참히 훼절(毁折)시키라고 지시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김 상병은 야전삽을 들어 국부를 향해 내리 찍었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반복해도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예리하지 않은 야전삽으로는 물렁물렁하고 질긴 국부를 힘들여 찍어 봤자 고무줄처럼 이리저리 튕겨만 나갈 뿐 좀처럼 잘라지지 않았다. 어려움을 느낀 김 상병은 다시 한 번 삽을 높이 들어 힘껏 내리 찍었다. 탁!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는 순간,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귀중한 전과물이 사라져 보이지를 않는 것이었다. 조심스레 손으로 더듬거리며 살펴보니 주위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뼈가 으스러지면서 깊이 함몰된 곳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끼어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 내면서 다시 한 번 지 하사의 표정을 살핀 김 상병은 손가락으로 빼어냈다. 그런 다음, 야전삽을 팽개치고는 대신 소총을 조준하여 겨누었다.
“탕! 타당!”
두 발, 세 발이 연거푸 발사되자 자를 대고 깎아낸 듯 허벅지의 살에 깊은 골이 파이면서 국부도 반 쯤 뜯겨져 나갔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
분대장이 재촉하자 소총을 옆에 놓고는 종이로 국부를 감싼 채 정신없이 힘껏 잡아당겼다. 국부는 고무줄처럼 약 50쎈티 가량 가늘게 늘어지더니 툭! 하고 끊어졌다. 전리품 챙기듯 신속하게 종이에 싸서 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철수를 계속해 나아갔다. 이날 중대장은 ‘전과 : 베트콩 사살 1명, 생포 1명, 소총 1자루 노획’이라는 내용으로 자신만만하게 상급부대에 보고하였다.
6. 가냘픈 신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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