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놀랄만한 뉴스가 들려왔다. 우리나라와 공산국가 쿠바가 수교한 것이었다. 대한민국이 외교권을 행사한 194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니 76년 만의 일이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UN가입국 194개국 중 193개국과 수교한 나라가 됐다. 내전으로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성립되지 않고 있는 시리아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우리나라는 지구상의 모든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었다. 그 마지막 한 곳에 1년 전 내가 다녀왔다.
인천공항에서부터 많은 이들이 나를 말렸다. 항공사 티켓 카운터에서는 나에게 최종 목적지가 어디냐고 재차 물었다. 시니어로 보이는 선배 직원이 서툰 직원을 대신하여 나를 다른 창구로 데려갔다. 나의 여정은 인천-댈러스-마이애미-하바나에 이르는 긴 구간이었다. 선배 직원은 나에게 재차 물었다. 이곳은 영사조력을 받을 수 없는 미 수교국이다. 단순 관광 목적으로는 입국이 불가하다. 방문비자는 가지고 있나? 방문비자가 필요하다(방문비자는 마이애미 공항에서 '판매' 한다)
나는 사실 쿠바 방문을 위해 미리 공부를 한 편이라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준비를 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쿠바에 도착했다.
비냘레스, 아바나와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아바나의 관광객들에겐 1박 2일로 이곳을 방문하는 투어가 인기이다.
[쿠바와의 수교를 환영하며]
쿠바는 꽤나 멋진 나라이다. 아름다운 카리브해를 더불어 공산권 특유의 경찰력으로 치안 또한 안전한 편이다. 강력범죄나 마약 등의 범죄 유혹이 적다. 가난한 나라 특유의 호객행위들이 종종 귀찮기 하지만 동남아의 여러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체게바라와 카스트로의 혁명의 성공과 더불어 발생된 미국과의 국교단절과 금수조치는 역설적이게도 쿠바를 1958년 혁명의그 때로 멈추게 하였다. 그것이 쿠바의 올드카가 탄생한 이유다.
스마트폰은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공산국가답게 통신사는 국영통신사이고 외국인에게 유심데이터를 판매하지 않는다. 외국인에게는 와이파이 카드를 구매하여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내가 사용하던 와이파이 카드, 5시간 사용 가능하며 미화로 5달러를 받는다. 인터넷 속도는 과거 3G와 비슷했던 느낌이다
이것은 '와이파이 존'에서만 작동한다. 아바나를 걷다 보면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모여 고개를 처박고 휴대폰에 몰두하는 공원들이 있다. 그곳이 바로 와이파이 존이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겠지만, 이런 구시대적 감성이 아바나 곳곳에 남아있다. 나의 여행은 짧아 비록 아바나와 비냘레스 두 곳의 도시에 그쳤지만 바라데로 같은 도시는 멕시코의 칸쿤과 같이 외국관광객을 위한 리조트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쿠바 유일의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쿠바는 또 우리의 아픈 역사와 맞닿아 있다. 하와이 조선인 노동자들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할 때 더 많은 임금을 준다는 말에 일부는 캘리포니아로 일부는 멕시코로 이동했다. 멕시코에서 다시 한번 정착한 곳이 쿠바이다. 현재 쿠바에는 1천여 명의 재외동포 후손들이 있다. 에네켄 농장에서 일하던 그들을 '애니깽'으로 불렀다.
[쿠바방문 쉬워질까?]
나를 비롯하여 쿠바는 수교이전에도 방문객이 꽤 많았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정상화됐던 미국-쿠바와의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 때 단교된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마이애미-아바나 노선을 이용하며 미국을 방문할때 나는 ESTA, 즉 전자비자로 인한 사증면제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하지만 쿠바 방문기록이 남겨지자 마자 사증면제에 제외되었다. 현재 기준으로 ESTA에 참여하려면 북한, 시리아, 이란, 쿠바 방문기록이 없어야 한다. ESTA가 없어도 무비자 방문이 가능한 사이판, 괌등의 미국령 역시 ESTA 제외된 이력이 있다면 방문이 불가하다. 쿠바를 방문하기 위한 기착지는 마이애미와 멕시코시티가 있다. 멕시코시티를 경유한다면 ESTA 발급이 필요 없지만 마이애미를 경유하거나 향후 미국 방문 계획이 있다면 ESTA 제외는 꽤나 큰 걸림돌이다.
아직까지 한국-쿠바 직항 노선이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인천-쿠바와의 거리는 약 13,000KM이다. 연료를 가득 채워야 하는 이 노선을 취항할 항공사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쿠바보다 가까운 인천-칸쿤도 직항이 없다)
@트래블러 홈페이지 / 바라데로의 전경, 카리브해를 느낄 수 있는 휴양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사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나의 미국 입국이 거부당했을 때, 영사콜센터의 전화조차 할 수 없었다. 쿠바는 미수교국이기 때문에 로밍이 안된다. (나 역시 와이파이에 의존했다) 그렇기에 대사관이 설치되고 한국인 직원이 상주한다는 점은 관광객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해 좀 더 안전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직 공산국가 쿠바는 낯설고 먼 존재이다.
쿠바와의 수교 소식과 더불어 아바나 여행기를 계속해서 써 내려갈 예정이다. 글쓰기에 힘이 나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