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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희 Jul 24. 2023

가장 해보고 싶었던

시드니에서 살면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들 중 하나는 혼자 오페라하우스에 가서 맥주 한잔 마시며 사람들 구경하는 거였는데 그걸 이미 두 번이나 해냈다.


사람들을 따라서 쭈욱 걷다 보니 오페라하우스가 갑자기 눈에 훅 들어왔다. 정말 헉 소리가 날 정도로 크고 예뻤다. 여러 번 사진으로 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의 그 느낌을 담지 못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파아랗고 구름하나 없는 하늘 그리고 잔잔한 바다와 대비되는 하얀 지붕이 유난히 반짝거렸고 깨끗해 보였다. 건축가가 오렌지 껍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멀리서 보면 오렌지 조각들처럼 볼록볼록 한 게 정말 귀엽다. 하지만 또 가까운 정면에서 마주 보면 고래가 입을 벌리는 것 같기도 해서 조금 무섭다.


저기요 갈매기님 이제 저도 좀 찍어주세요


이 날은 낮에 35도까지 올라가는 꽤 더운 날이었고 햇빛 아래에서 오래 걸어서인지 목이 너무 말랐다. 그래서 바로 그늘 아래 앉아서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갔다.


테이블마다 QR코드가 있는데 그 자리에서 스캔해서 핸드폰으로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면 된다. 대신 주문해 놓고 테이블을 이동하게 되면 직원이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꼭 자기가 앉은자리의 QR코드를 사용해야 한다. 뭔가 한국적인 시스템이었고 이런 걸 볼 때마다 핸드폰이 없거나 조작이 서툰 사람들에겐 너무 어렵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아무튼 나는 맥주 하나를 시켰고 나오자마자 벌컥벌컥 들이켰다. 바로 옆에는 노부부가 앉아서 피시 앤 칩스를 먹고 있었는데 가끔씩 나를 쳐다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는 눈이 마주쳐서 웃으며 인사했다.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열심히 사진 찍어주기 바빠 보였고 그중에서도 삼각대를 세우고 혼자 촬영하는 사람은 매우 용감해 보였다.



이런 여유로움이 또 다른 행복이 아닐까 생각했다. 비록 이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었어서 아쉬웠지만 나 스스로를 더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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