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학생비자로 호주에 왔을 때랑 지금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다시 돌아왔을 때 느끼는 압박감이랄까 차이점은 굉장히 크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의 나는 아주 흔하지 않은 귀한 특권을 누렸다. 우선 그때 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테니까. 그때 당시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함께 1년 동안 휴학을 했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에 항상 목말라 있었고 늘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운이 좋게도 부모님으로부터 모든 경제적 지원을 받았었는데 이렇게 같은 나라에 이번엔 오직 나의 힘으로 다시 와서 지내보니 그 가치와 소중함을 더더욱 느낄 수밖에 없다. 정말 작고 사소한 하나하나까지 모두 비교가 된다.
그전까지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 경험이 거의 없었다. 부모님께서 학업에 집중하라면서 돈이 더 필요하면 용돈을 더 주겠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절대로 용돈을 더 달라는 말을 하진 않았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나서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
하지만 호주에 와서 많은 친구들이 심지어 나보다도 어린 친구들이 각자 나라에서 직접 번 돈으로 호주에 오고 또 호주에서 생활비를 벌어서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과 짜릿한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정말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돈을 모았다. 아주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영어에도 자신감이 생기면서 더 많은 선택지와 기회가 주어졌고 그 덕분에 영어학원에서 강사로도 일해보고 주말에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회사생활도 2년 가까이 해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일상은 탄산이 빠진 사이다처럼 어딘가 텅 빈듯한 느낌을 계속 받았다. 떠날 때부터 호주로 다시 돌아올 거란 생각을 해서인지 중요한 무언가를 두고 온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