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희 Jun 07. 2023

시드니는 처음이라

시드니에 도착했다. 호주에서 일 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살았었지만 시드니는 처음이었다. 역시 첫인상은 친절 그 자체였다.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숙소까지 찾아가야 했는데 기차 타는 곳을 표지판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무작정 캐리어 카트를 끌고 나왔지만 보이는 거라곤 택시들 뿐이었다. 때마침 건너편에서 야광 조끼 입은 사람 두 명이 걸어오고 있어서 길을 물어보았다. 조금은 무서워 보였는데 말을 거니까 갑자기 세상 순둥 해져서는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기차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모든 정류장에서 멈추는 줄 알았던 기차가 갑자기 내가 내려야 하는 곳을 지나쳤다. 나름 급행이었나 보다. 한 정거장만 뒤로 가면 되는 거라 지하철처럼 건너편 기차를 타면 뒤로 돌아가는 줄 알고 바로 다시 오는 기차를 탔다. 역시나 나는 틀렸고 오히려 이상한 노선으로 되돌아갔다. 호주의 기차는 한국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구글맵을 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냉큼 탔었는지 알 수 없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역무원에게 물어보았고 결국엔 다시 공항으로 돌아갔다. (ㅋㅋ) 거기서 다시 숙소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렸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에 있던 또 다른 야광 조끼 입은 사람에게 말을 걸어 다시 확인했다. 아주 친절하게도 전광판 확인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내가 맞는 기차를 탈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도착한 숙소는 사진과 똑같았지만 어딘가 조금 달랐다. 일반 가정집인 줄 알았지만 뒷마당에 따로 건축물을 지어서 숙소처럼 운영하는 것 같았다. 내방은 특이하게 베란다 창문처럼 생겨서 커튼을 쳐야 했고 자물쇠로 문을 잠가야 했다. 짐을 대충 풀고 나서 장도 볼 겸 동네 구경도 할 겸 바로 나왔다.


집마다 지붕에 태양열 패널이 설치돼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잠깐만 햇빛 아래에 서있어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무 아래 그늘은 정말 시원한데 햇빛 아래에선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뜨거웠다. 숙소 근처에 공사장이 있었는데 크게 노래를 틀어놓고 일하고 있었다. 몇몇은 쉬는 시간인지 바로 옆 공원 잔디밭에 그대로 누워서 낮잠을 자는 듯했다.


걷다 보니 베트남 쌀국수집이 눈에 들어와서 바로 들어갔다. 더운 날씨에도 따뜻한 차를 서빙해 주어서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쌀국수 양이 어마어마했고 너무 맛있었다. 물가가 많이 올랐을까 봐 걱정했지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임시 숙소인 만큼 많은 걸 살 수 없기에 최소한의 필수품 위주로만 사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작가의 이전글 결국 다시 호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