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 건네준 나의 치유(에쿠니 가오리/ 여행드립)
에쿠니 가오리는 이렇게 썼다.
“찰나적인 사람들, 과도할 정도로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다. 인생 자체가 여행이었던 사람들이다. 펑키하고 그루비하다. 그런 사람들이 조상이었다고 생각하면 왠지 기쁘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내 가슴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 오래전 잃어버린 나의 어떤 마음을 돌려받은 것 같았다. 나는 늘 어른들의 가르침 속에서 자라왔다. “웃어야 한다.” “늘 생글생글해야 한다.” 그것이 예의이자 사회에서 살아가는 최소한의 태도라 여겨졌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언제나 웃는 얼굴만을 띤 사람이 있다면, 그건 어쩌면 섬뜩한 일 아닐까. 웃음이란 본디 순간의 감정이 머금는 꽃 같은 것인데, 매 순간 강요된다면 시들어버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웃음은 흔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특별한 것이다. 빛나는 행복의 조각이며, 억지로 붙들어둘 수 없는 자유로운 감정이다.(본문내용 중)
나는 오랜 세월 동안 ‘가짜 웃음’에 지쳐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기계처럼 웃는 나 자신이 싫었다. 웃음이 아닌 울음으로, 혹은 침묵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내 진짜 마음은 늘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어느 날, 책 한 권을 무심코 펼쳤을 때, 나는 처음으로 ‘치유’라는 경험을 했다. 글 속에서 만난 인물들은 내 마음 깊은 곳의 침묵을 대변해 주었고, 그들의 눈물은 곧 나의 눈물이 되었으며, 그들의 회복은 나의 희망이 되었다.
글 읽기는 단순한 지적 활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도와주는 조용한 손길이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내 마음의 흐트러짐을 어루만지며 “너는 괜찮다”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진짜 웃음을 되찾았다. 책을 덮은 후 흘러나온 미소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억지로 만들어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안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온, 온전한 나의 것이었다.
그 후로 나는 독서를 통해 나를 치유해 왔다. 아픈 순간마다 책은 나에게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주었고, 그 세계에서 나는 울고 웃으며 스스로를 회복했다. 책은 나를 용서했고, 나를 이해했고, 나를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독서 치유’라는 길 위에 서게 되었다.
이제 나는 그 경험을 글로 풀어내고 싶다. 억지웃음 속에서 지쳐 있는 누군가에게, 책을 통해 얻은 나의 웃음을 건네고 싶다. 누군가의 긴 하루 끝에 내 글이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여행과 같고,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모두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 그리고 책은 그 치유의 가장 아름다운 방법 중 하나다.
에쿠니 가오리의 말처럼,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면, 나는 그 길 위에서 독서를 통해 수많은 찰나적 순간들을 빛내고 싶다. 웃음을 강요받던 소녀에서, 진짜 웃음을 회복한 사람으로, 그리고 이제는 다른 이의 길에 같이 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나는 브런치를 통해 이 여정을 나누고자 한다. 글은 누군가의 마음에 스며드는 또 다른 형태의 여행이니까. 억지웃음이 아닌, 진짜 웃음을 되찾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