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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현 Jul 03. 2023

08. 고흐, 누가 비운의 화가래?

고흐의 해바라기는 살아있는 생명 같다.

암스테르담 여행은 고흐로 시작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예술가는 고흐이다.

지난 유럽여행 때도 고흐가 가장 많은 작품활동을 했고 그가 가장 사랑했던 도시, 아를을 방문했었다.

어떤 도시기에 그가 그렇게 사랑했을까라고 생각하며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의 생을 바라보면 연민과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했고 인간관계가 너무나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사랑했던 그의 삶을 사랑한다.

그가 담아낸 대상들을 보면 너무나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들, 거기에서 그들의 정직성과 고흐의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자연을 바라보고 담는 시선도 좋다.

대상을 사랑하니 그 사람의 작품 또한 코 끝이 찡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고흐 국립 미술관은 고흐의 회화와 쇼묘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고흐는 생을 마감하며 자신의 작품을 동생인 테오에게 맡겼다. 하지만 고흐와 각별했던  테오 또한 고흐가 죽고 죄책감과 과로에 시달리다 고흐가 죽은 후 6개월 뒤 병사했다 전해진다.

테오가 세상을 떠난 후 테오의 부인이 고흐의 작품을 맡았다. 이후에 고흐의 작품은 조카인 빈센트에게 상속되었고, 조카 빈센트가 모든 작품을 암스테르담에 기탁함으로써 현재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이 건립되었다.


누군가는 고흐를 비운의 화가라고 말하지만,

죽은 후 사랑받는 화가라고 말하지만,

나는 고흐가 생애도 충분히 사랑을 받은 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영원한 지지자이자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와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널리 알리려 노력했던 테오의 부인, 그리고 그의 작품을 국가에 기탁함으로써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작품의 가치를 볼 수 있도록 한 조카까지. 어쩌면 적지만 아주 깊고 끈끈한 농도의 애정과 애민이 고흐라는 사람 곁에 항상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고흐미술관에는 여러 작품이 많았지만 나의 가슴에 박힌 작품은 해바라기.

시들어가는 해바라기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살아있는 생명력과 강렬함을 느낄 수 있는지..

그림 속에 들어갈 것처럼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으니 그림 가까이 쪼그려 앉아 작품을 바라보고 있던 한 외국인이 본인처럼 밑에서 바라보아라고 말한다.

붓 터치감, 노란빛에서 느껴지는 생동감과 강렬함.

고흐는 꽃을 그릴 때도 생생하고 생명력 있는 꽃보다 시들어가고 있는 꽃을 그렸다고 한다.

오디오 도슨트를 통해 듣고 그 꽃이 시든 꽃을 표현한 것임을 알았다.

감동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 시간이라도 앉아서 바라보고 싶었다. 가까이서 바라보고 옆에서 그리고 아래로도 보고 싶었다.

전시관의 조명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붓 터치감, 해바라기 안 갈색 부분에 솜털처럼 부들부들한 부분이 마치 진짜 같아서 손으로 만져보고 싶었다.


고흐가 첫 조카가 태어난 것을 축하하며 그렸다는 아몬드 나무 또한 자신의 조카에 대한 사랑이 그림에 묻어난다. 기존의 고흐가 선호하는 강렬한 코발트 파랑과 노란 색감, 초기 작품인 감자 먹는 사람들 등의 어두운 분위기와 달리 맑고 부드러운 옥색의 배경에 탄생의 꽃이 팝콘처럼 하얗게 팍- 터지는 그림은 누가 봐도 조카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 알못(그림 알지 못함)으로서 고흐가 천재화가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그림을 매개체로 감동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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